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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DON’T ASK QUESTIONS YOU DON’T WANT TO HEAR THE ANSWERS TO 답을 듣고 싶지 않은 질문은 하지마라 본문

Outlander아웃랜더/8. Written in My Own Heart's Blood

4. DON’T ASK QUESTIONS YOU DON’T WANT TO HEAR THE ANSWERS TO 답을 듣고 싶지 않은 질문은 하지마라

페이쓰 2025. 4. 12.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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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어와 존 그레이의 동침 사실을 알고 개빡친 제이미의 복수 타이밍. 시리즈 통틀어 처음으로 제이미 여기서 조금 너무 하남자 아닌지... 

 

필라델피아의 1시간 거리 근교, 나무덤불 속

죽으려니 마음의 준비는 돼 있었다. 존 그레이는 그랬다. “당신 아내와 육체적 관계를 가졌소.”라는 말을 입 밖에 내는 순간부터 그는 그렇게 될 줄 알았다. 그가 품고 있던 유일한 의문은, 프레이저가 그를 쏴 죽일지, 찌를지, 아니면 맨손으로 내장을 꺼낼지 하는 방식에 관한 것뿐이었다.

그런데 상처받은 남편이 차분히 그를 바라보며 다만 “왜?”라고 물었을 때, 그것은 예상 밖이자…… 악랄했다. 말도 안 되게 악랄했다.

“왜?” 존 그레이는 되물으며 믿기지 않는 듯 말했다. “지금 ‘왜’라고 했소?”

“그랬소. 그러니 대답해 줬으면 하오.”

양쪽 눈을 뜨고 보니, 프레이저의 외면이 생각만큼 완전히 침착한 건 아니라는 사실이 눈에 들어왔다. 그의 관자놀이에는 맥박이 뛰고 있었고, 몸무게를 살짝 옮기는 동작은 선술집 난투극 근처에 있는 남자의 모습 같았다. 폭력까지 나아가진 않았지만, 언제라도 맞설 준비가 되어 있는 그런 자세. 이상하게도, 그런 모습이 존을 안도하게 만들었다.

“도대체 무슨 뜻이오, ‘왜’라니?” 존은 성이 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대체 왜 아직 살아 있소, 제기랄!”

“나도 가끔 궁금할 때가 있지.” 프레이저는 공손하게 대꾸했다. “자네는 내가 죽은 줄 알았던 모양이군?”

“그래, 그렇고말고! 당신 아내도 마찬가지였어! 당신이 죽었다는 사실이 그 여인에게 어떤 충격을 줬는지 짐작이나 해 보았소?”

그의 푸른 눈이 살짝 가늘어졌다.

“그 말은, 내 죽음 소식이 그녀를 미치게 만들어서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자네와 동침했다는 뜻인가? 왜냐하면,” 그는 존의 격앙된 반응을 깔끔히 잘라내듯 이어갔다. “내가 자네 성정에 대해 잘못 들은 게 아니라면, 그런 일을 억지로 하게 만들려면 꽤나 큰 힘이 필요할 테니까. 내가 틀렸나?”

그 눈동자는 가늘어진 채 존을 응시했다. 존도 그를 노려보다가, 이내 눈을 감고는 손으로 얼굴을 세차게 문질렀다. 마치 악몽에서 깨어나려는 사람처럼. 그는 손을 내리고 다시 눈을 떴다.

“자네 말은 맞소.” 그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그리고 동시에 틀렸소.”

프레이저의 붉은 눈썹이 번쩍 올라갔다—정말 놀란 눈치였다.

“욕정 때문이었다는 말이오? 그리고 그녀가 받아들였다고? 믿기 힘들군.”

프레이저의 가슴까지 붉게 타올랐고, 그 장미빛이 목덜미를 타고 올라가는 게 보였다. 존은 예전에도 그런 장면을 본 적이 있었고, 방어 대신 먼저 분노를 폭발시키는 게 최선이라는 걸 알았다. 오히려 후련했다.

“당신이 죽은 줄 알았단 말이오, 이 머저리 같은 놈아!” 그는 폭발했다. “우리 둘 다 그렇게 믿었어! 그리고…… 우린…… 어느 날 밤, 지나치게 술을 마셨고…… 당신 이야기를 하다가…… 젠장, 우리는 서로와 관계를 맺은 게 아니오. 우리는 서로를 통해 당신과 잠자리를 했던 거요!”

프레이저의 얼굴은 순간 얼어붙은 듯 굳었고, 턱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레이는 그 짧은 1초 동안만큼은 통쾌함을 느낄 틈이 있었지만, 그 직후 프레이저의 주먹이 명치에 깊게 꽂히면서 그는 뒤로 나가떨어졌다.

그는 낙엽 더미 위에 쓰러졌고, 폐가 공기 한 줄기도 품지 못한 채 입만 뻐끔거렸다.

좋아, 그는 희미하게 생각했다. 결국 맨주먹이었군.

그 손들이 그의 셔츠를 움켜쥐고 그를 다시 세워 올렸다. 그는 겨우겨우 몸을 가누었고, 숨 한 줄기가 겨우 폐로 흘러들었다. 프레이저의 얼굴은 바로 눈앞에 있었다. 너무 가까워서 표정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 다만, 두 개의 충혈된 푸른 눈이 미친 듯이 번뜩이는 것만이 전부였다. 그걸로 충분했다. 이상하게도, 그는 지금 아주 차분했다. 오래 걸리진 않을 테니까.

“전부 말해라, 이 더러운 잡놈아.” 프레이저가 속삭였다. 그의 숨결은 존의 얼굴에 뜨겁게 닿았고, 입에서는 맥주 냄새가 났다. “하나도 빼지 말고. 모든 단어. 모든 동작. 전부.”

존은 간신히 숨을 들이켜 대답했다.

“싫소.” 그는 맞섰다. “차라리 날 죽여.”

프레이저는 그를 거칠게 흔들었다. 존의 이가 부딪혀 아프게 딱 소리가 났고, 혀를 깨물고 말았다. 그는 으악 하는 소리를 내뱉었고, 어디선가 날아든 주먹이 왼쪽 눈에 꽂혔다. 그는 다시 쓰러졌고, 머릿속이 부서진 색과 검은 점들로 폭발했다. 낙엽 냄새가 코를 찔렀다. 프레이저는 다시 그를 잡아 일으켰고, 그를 세웠지만 한동안은 멈춰 서 있었다. 어떻게 계속 이 화풀이를 이어갈지 고민하는 듯했다.

귀에서 피가 쿵쾅거리고, 프레이저의 숨소리가 거칠게 울리는 통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지만, 조심스럽게 한쪽 눈을 떠서 다음 공격이 어디에서 날아올지 살펴보던 존은 그를 보았다.

수풀 아래에서 멍청하게 입을 벌리고 서 있는 더러운 사내 하나.

“제스로!” 그 사내가 고함을 쳤고, 손에 쥐고 있던 총을 단단히 움켜쥐었다.

수풀 사이에서 여러 명의 사내들이 튀어나왔다. 몇 명은 제법 군복의 틀을 갖추고 있었지만, 대부분은 거칠고 누런 모시옷 차림이었고, 머리엔 ‘자유’를 외치는 듯한 기묘한 니트 모자를 쓰고 있었다. 존의 흐릿한 눈에, 그 모자들은 폭탄처럼 둥글게 보였고, 덕분에 그들은 더 위협적인 느낌을 풍겼다.

이 모자들은 아내들이 직접 떠준 것일 터였다. 테두리에는 ‘자유’나 ‘해방’ 같은 문구가 떠져 있었고, 어떤 피에 굶주린 아비게일은 남편의 모자에 ‘죽여라!’라는 말을 떠넣었다. 그 남편은, 존이 보기에, 안경 하나 깨진 채 얼굴은 창백하고 왜소해 보이는 사내였다.

프레이저는 사람들의 접근 소리를 듣고 멈춰 서더니, 이내 사냥개에게 몰린 곰처럼 그들을 향해 몸을 돌렸다. 사냥개처럼 따라온 남자들은 그의 기세에 움찔하며 안전한 거리에서 멈춰 섰다.

그레이는 자신의 간이 터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손으로 복부를 꾹 눌렀다. 숨이 턱까지 차올랐고, 그는 남은 숨이라도 아껴 써야 할 것 같았다.

“넌 누구야?” 남자들 중 한 명이 길쭉한 막대기로 제이미를 위협하듯 찔러대며 물었다.

“모건의 라이플 부대 소속 제임스 프레이저 중령이다.” 프레이저는 막대기를 무시한 채 냉랭하게 대답했다. “당신은?”

남자는 약간 당황한 듯 보였지만 허세로 그것을 감추려 했다.

“제스로 우드바인 상병, 더닝의 레인저 소속이다.” 그는 거칠게 말했다. 그러고는 고개를 끄덕여 동료들에게 신호를 보냈고, 그들은 즉시 주변을 둘러싸며 행동에 나섰다.

“그럼, 네 포로는 누구냐?”

그레이는 간에 통증이 번지며 배 속이 뻣뻣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는 제이미가 대답하기도 전에 이를 악물고 나섰다.

“나는 존 그레이 경이다. 네가 알 바인지 모르겠지만.” 그의 머릿속은 벼룩처럼 이리저리 튀며 계산을 하고 있었다. 자신이 살아남을 가능성이 제이미 프레이저와 함께 있는 쪽이 나은지, 아니면 이 무리와 함께 있는 쪽이 나은지를 따져보고 있었던 것이다. 몇 분 전까지만 해도 그는 제이미에게 죽임을 당하는 운명을 받아들이려 했지만, 그런 생각은 막상 현실로 다가오니 그리 매력적인 선택이 아니었다.

그의 정체가 밝혀지자 남자들은 혼란스러워하며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군복은 안 입었잖아.” 한 남자가 다른 이에게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군인 맞긴 맞는 거야? 군인 아니면 우리가 상관할 일 아니잖아?”

“상관있지.” 우드바인은 자신감을 되찾은 듯 단호하게 말했다. “프레이저 중령이 저 자를 포로로 잡았다면, 이유가 있는 거겠지?” 말끝은 다소 주저하는 투였다. 제이미는 대답하지 않고 그레이를 바라보며 눈길을 떼지 않았다.

“군인이야.” 사람들의 고개가 일제히 돌아갔다. 말한 이는 깨진 안경을 쓴 작은 체구의 남자였다. 그는 한 손으로 안경을 고쳐 쓰며 남은 렌즈로 그레이를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물빛의 푸른 눈이 그레이를 살펴보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확신에 찬 듯 말했다.

“군인 맞아. 필라델피아에서 봤어. 체스트넛 거리의 집 베란다에 군복 입고 앉아 있었어. 진짜 그대로였지. 장교였어.” 그는 굳이 덧붙일 필요 없는 말을 했다.

“그는 군인이 아니다.” 프레이저는 단호한 눈빛으로 안경 쓴 남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봤다고. 분명히 봤어.” 그 남자가 중얼거렸다. “황금 장식도 달려 있었어...” 그는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낮게 말하며 눈을 피했다.

“흥.” 우드바인은 그레이에게 다가가 그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그럼 당신은 할 말이 있나, 그레이 경?”

“존 경이다.” 그레이는 성가신 듯 말했다. 그리고 입에 들어온 나뭇잎 조각을 혀끝으로 털어냈다. “나는 귀족 작위가 없다. 형이 그 작위를 가지고 있지. 그레이는 내 성이다. 군인인지 묻는다면, 나는 군 복무를 했고 아직도 내 연대에서 계급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지금은 비활동 상태일 뿐이다. 그 정도면 충분한가? 아니면 오늘 아침에 뭘 먹었는지까지 말해줘야 하나?”

그는 일부러 그들을 자극하고 있었다. 마음속 어딘가에서는 우드바인과 함께 대륙군의 조사를 받는 편이 프레이저에게 남아 있는 것보다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제이미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레이는 시선을 피하고 싶은 충동을 애써 눌렀다.

그건 진실이야, 그는 속으로 외쳤다. 내가 말한 건 다 사실이라고. 이제 너도 알게 됐지.

그래, 프레이저의 검은 눈빛이 말했다. 그게 사실이라 해서 내가 그 진실을 조용히 받아들일 거라 생각했나?

“그는 군인이 아니다.” 프레이저는 다시 한번 말하고는 고의적으로 그레이에게 등을 돌렸다. 그의 시선은 우드바인에게 향했다. “그는 내가 심문하기 위해 붙잡은 포로다.”

“무슨 일로?”

“그건 자네가 알 바가 아니다, 우드바인 씨.” 제이미는 부드럽지만 단단한 어조로 말했다. 그러나 제스로 우드바인은 그렇게 만만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바보가 아니라는 걸 분명히 하고 싶어 했다.

“그게 내 알 바인지 아닌지는 내가 판단할 일이지. 중령 각하.” 마지막 말에는 의미심장한 멈춤이 있었다. “당신 말대로라면, 당신이 정말 그런 사람이라는 걸 우리가 어떻게 믿어야 하나? 당신도 군복 안 입었잖아. 자, 이 사람을 아는 사람 있어?”

그렇게 지목받은 사람들은 놀란 듯 눈을 깜빡이며 서로를 바라봤다. 그들 중 몇몇은 고개를 저었다.

“좋아, 그럼.” 우드바인은 자신감을 얻은 듯 말했다. “당신이 누구인지 입증할 수 없다면, 저 사람은 캠프로 데려가서 우리가 직접 심문하지. 그리고...” 그는 불쾌한 미소를 지으며 무슨 생각이 떠올랐는지 말했다. “당신도 같이 데려가야 할까?”

프레이저는 한동안 가만히 있었다. 그는 천천히 숨을 쉬며, 마치 호저를 바라보는 호랑이처럼 우드바인을 바라보았다. 잡아먹을 수는 있지만, 과연 삼킬 가치가 있는지 판단하는 눈빛이었다.

“가져가라.” 그는 갑자기 말했다. 그리고는 그레이에게서 물러섰다. “나는 다른 일로 바쁘다.”

우드바인은 반박이 올 줄 알았던 듯 당황해 눈을 깜빡였다. 그는 막대를 반쯤 들었지만, 프레이저가 공터 반대편으로 무심히 걸어가자 말없이 멈췄다. 프레이저는 나무 그늘 아래에서 걸음을 멈추고, 회색빛 눈으로 그레이를 똑바로 응시했다.

“아직 끝난 게 아니다, 경.” 그가 말했다.

그레이는 간의 통증도, 다친 눈에서 흐르는 눈물도 무시한 채 몸을 바로 세웠다.

“기꺼이 상대하지, 중령.” 그는 날카롭게 받아쳤다. 프레이저는 그를 노려보다가, 흔들리는 초록빛 그림자 속으로 사라졌다. 그는 우드바인과 그 부하들을 완전히 무시한 채였다. 사내들 몇몇은 상병을 힐끗 바라보았고, 우드바인의 얼굴에는 갈등이 어려 있었다. 그러나 그레이는 망설이지 않았다.

프레이저의 커다란 실루엣이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지기 직전, 그레이는 손을 입에 모으고 외쳤다.

“난 절대 미안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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