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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 Wedding Gifts 결혼선물 본문

Outlander아웃랜더/5. The Fiery Cross

Chapter 4. Wedding Gifts 결혼선물

페이쓰 2025. 4. 12.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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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초작성: 2019/10/08 

** 2025.04.11 수정완료

 

4

WEDDING GIFTS

날은 아직 완전히 개지 않았지만, 비는 잠시 멈췄다. 연기나는 항아리처럼 불이 피어오르자 사람들은 잠시 비가 멈춘 틈을 타 잘 비축해둔 석탄을 넣고 축축한 옷과 이불을 말리기 위해 급하게 축축한 목재를 불꽃으로 밀어넣었다. 공기는 여전히 답답했지만 나무연기 구름이 나무를 뚫고 유령처럼 피어올랐다.

수증기가 피어오르는 구름 기둥 하나가 그의 앞에 길을 가로지르고 있어, 로저는 그 곳을 피해 젖은 풀이 덥수룩한 곳을 뚫고 지나가다 스타킹을 적셨다.  소나무 가지들이 그가 지나감에 따라 코트의 어깨에 젖은 자국을 남겼다. 그는 그 날 있을 일들을 나열하는 생각에 빠져있어 축축함에는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

브리아나를 위한 작은 증표의 결혼 선물을 사기 위해 먼저 땜장이의 수레에 가야한다. 그녀는 뭘 좋아할까? 그는 궁금했다. 어쩌면 보석, 리본? 그에게는 돈이 많지 않았지만, 어떤 종류의 선물로 이 행사를 기려야한다는 필요성을 느꼈다. 

그는 그들이 결혼 서약을 할 때 그의 반지를 브리아나의 손가락에 끼우고 싶었지만, 브리는 그녀의 할아버지 것인 카보촌 루비가 좋을 거라고 고집했다; 그 반지는 그녀의 손에 완벽하게 맞았고, 또 다른 반지에 돈을 쓸 필요는 없었다. 브리는 정말 실용적인 사람이었다 - 가끔씩은 그 자신의 낭만적인 성향과는 대조적이어서 때로는 실망스럽기도 했다. 

뭔가 실용적이면서 장식이 될 수 있는, 그렇다면 - 색칠된 요강같은? 그는 그 생각에 웃어보였지만, 실용성에 대한 생각은 약간의 의심과 함께 계속 뇌리에 남아있었다. 

그에게는 아직도 아베크롬비 부인의 기억이 생생했다. 웨이크필드 목사의 신도 중 한 사람으로 침착하고 실용적인 성격의 나이 지긋한 부인은 어느 날 밤 저녁식사 중간에 히스테릭한 상태로 목사관에 도착해 그녀가 그녀의 남편을 죽였다고, 그러니 그녀가 어떻게 해야하겠느냐고 했었다. 목사는 아베크롬비 부인을 그의 가정부에게 잠시 맡기고, 당시 십대였던 로저와 함께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보기위해 아베크롬비의 집으로 서둘러 향했다. 

그들은 아베크롬비 씨가 주방 바닥에 쓰러져있는 것을 발견했는데, 그는 결혼 23주년 기념일을 맞아 아내에게 선물한 새 전기 스팀다리미에 맞아 작은 두피의 상처를 입고 흐트러지고 피를 많이 흘린 상태였지만 다행히 아직 살아있었다.

"하지만 부인이 오래된 다리미가 차 수건을 태웠다고 했거든요!" 아베크롬비씨는 목사가 솜씨 좋게 그의 머리를 붕대로 감싸고, 로저가 주방 바닥을 닦는 동안 구슬프게 반복했다.

그를 결심하게 한 것은 아베크롬비네 부엌의 낡은 리놀륨(역; 바닥재로 쓰이는 물질)에 난 잔혹한 얼룩에 대한 생생한 기억이었다. 브리는 실용적이지만, 이것은 그들의 결혼이었다. 좋든 나쁘든, 죽음만이 우리를 갈아놓을 것이다. 그는 낭만적인 쪽을 택하기로 했다 - 아니 어쩌면 1실링, 3펜스로 감당할 수 있는 낭만적인 쪽을.

근처의 가문비나무 가지들 사이로 홍관조와 같은 붉은 섬광이 일었다. 그렇지만 보통의 새들보다 컸다; 그는 멈추어서서 가지들 사이로 난 틈으로 몸을 구브렸다. 

"던컨?" 그가 말했다. "당신인가요?"

던컨 인스는 수줍게 고개를 끄덕이며 나무들 사이에서 나왔다. 그는 여전히 다홍색 카메론 타탄을 입고있었지만, 화려한 코트는 벗은 채였고 그 대신에 하이랜드의 아늑하고 오랜 방식으로 플레이드를 어깨에 두르고 있었다. 

"잠시 얘기 좀 할까, a Smeòraich?” 그가 말했다. 

"물론이죠. 난 그저 땜장이에게 가는 길이었어요 - 같이 가죠." 그는 이제 오솔길 - 이제 연기가 사라진 - 로 들어섰고 그들은 나란히 산을 가로질러 함께 걸었다. 

로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던컨이 대화의 물꼬를 트기만을 예의바르게 기다렸다. 던컨은 기질적으로 소심하고 내성적인 성격이었지만, 관찰력과 통찰력이 있었고, 매우 조용하게 고집이 셌다. 만약 그가 할 말이 있다면, 그는 할 것이다 - 언제든.

"맥 듀가 자네 아버지가 목사였다고 하던데, 그게 사실인가?"

"네," 로저가 그 주제에 살짝 놀라며 말했다. "내 친부는 죽었고, 내 어머니의 숙부께서 나를 입양하셨죠; 그 분이 목사였습니다." 그가 말하면서도 로저는 왜 스스로가 설명이 필요하다고 느꼈는지 몰랐다. 그는 살면서 줄곧 목사를 그의 아버지라고 생각하고 말했었다; 그리고 분명 던컨에게도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던컨이 딱하게 혀를 차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당신도 장로교 신자이겠군? 맥 듀가 그렇게 말하는 걸 들었는데." 던컨이 평소 훌륭한 태도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그의 너덜너덜한 콧수염 가장자리 아래서 짧은 미소가 보였다.

"그랬겠죠," 로저가 건성으로 대답했다. 만약 모임에 모였던 사람들 중 맥 듀가 그걸 말하는 걸 못들은 사람이 있다면 놀라운 일일것이다. 

"음, 나도 그렇다네," 던컨이 다소 사과하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로저는 깜짝 놀라 그를 쳐다보았다. 

"당신이요? 난 카톨릭인줄 알았는데!" 

던컨은 살짝 쑥쓰러워하는 소리를 내며 그의 절단된 팔 쪽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아니야. 내 외증조부가 커버넌터(장로주의자) 였지 - 그것도 아주 신앙심이 강한" 그가 살짝 쑥스러워하며 미소지었다. 

"나에게로 왔을 때는 많이 희석되었지만; 내 어머니는 독실하셨지만 아버지는 교회에 별 관심이 없으셨고, 나도 그랬지. 그리고 맥 듀를 만났을 땐... 일요일에 함꼐 미사를 가자고 할 상황은 아니었으니 말이야?" 

로저는 짧게 이해의 신음을 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던컨은 혁명 이후 아리즈무어 감옥에서 제이미를 만났었다. 자코바이트 부대의 대부분은 카톨릭이었지만, 그는 그들 사이에 각각 다른 이교도들이 있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 - 그리고 그들은 대부분 그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 감방 안에 카톨릭의 수에 압도되어서. 그리고 그 이후에 있었던 제이미와 던컨의 밀수 경력이 그들에게 종교적 담론의 기회를 제공하지 않았을 것은 자명했다. 

"아, 그렇군요. 그럼 오늘 밤 카메론 부인과 당신의 결혼은..."

던컨은 고개를 끄덕이고 생각에 잠겨 콧수염 끝을 물어뜯으며 입 주변을 빨아들였다. 

"바로 그거야. 내가 뭐라고 말을 해야한다고 생각하나?"

"카메론 부인은 모르나요? 제이미도요?"

던컨은 침묵에 잠겨 오솔길의 진흙을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로저는 당연하게도 여기서 중요한 것은 조카스타 카메론보다는 제이미의 의견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다른 종교에 대한 화제는 던컨에게는 분명 그리 중요해보이지 않았다 - 그리고 로저는 조카스타가 어떤 방식으로든 독실한 사람이라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으나 - 제이미가 로저의 장로교에 보인 반응을 듣고, 던컨은 놀라움을 금치못했다.

"자네 사제에게 갔었지; 맥 듀가 그러더군." 던컨이 옆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사제가-" 그가 얼굴을 붉히며 목을 비웠다.

"내 말은 그가 자네에게...카톨릭의 세례를 주었나?"

독실한 장로교도에게는 끔찍한 전망이었고, 던컨에게도 분명 불편한 전망이었다. 그렇군, 로저는 그에게도 불편한 생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만약 그가 브리와 결혼하기 위해 그렇게 했어야만 했다면, 정말 그렇게 했을까? 그는 스스로가 결국에는 그렇게 할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 사제가 그에게 공식적인 개종을 고집하지 않았다는데서 깊은 안심을 느꼈다는 것을 인정했다. 

"아...아니요," 로저가 말하며 그들 머리 위로 갑자기 떠오른 또다른 연기 구름에 기침을 했다. "아닙니다," 그가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다시 말했다. "만약 전에 세례를 받았다면, 다시 세례를 주지는 않습니다. 전에 받으셨죠?"

"오, 그럼," 던컨은 그 말에 안심한 것 같았다. "음, 내가 - 그게 - " 그의 얼굴에 희미한 그림자가 지나쳤지만 그에게 떠오른 생각이 무엇이었든 간에, 던컨은 또 한번 어깨를 으쓱하며 일별했다. "그렇지."

"음, 그럼. 좀 생각해보죠, aye?"

황소들처럼 모여있는 땜장이들의 수레가 시야에 들어왔다. 그들 상인들은 비 때문에 캔버스 천과 담요들로 둘러쌓여 있었다. 하지만 던컨은 멈춰섰고, 다른 일을 하기 전에 그 문제가 해결되기를 원하는 것 같았다.

로저는 생각에 잠겨 그의 목 뒤로 손을 비볐다. 

"아니에요," 그가 마침내 말했다. "아뇨, 난 당신이 아무 말도 안 해도 된다고 생각해요. 보세요, 미사도 아니고 그저 혼례 의식일 뿐이에요 - 그리고 그건 똑같죠. 이 여자를 아내로 맞이하겠습니까, 이 남자를 맞이하겠습니까, 부유하건, 가난하건. 다 그 레퍼토리잖아요."

던컨이 관심을 보이며 끄덕였다. 

"나도 그 말을 할 수 있지," 그가 말했다. "

“그 말은 할 수 있지, 응.” 던컨이 말했다. “그렇지만 ‘부유하든 가난하든’ 그 부분은 좀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걸렸어. 자넨 잘 알겠지만.”

그 말은 전혀 비꼬는 투가 아니었고, 그냥 자명한 사실을 말하는 듯한 태도였다.
하지만 로저의 얼굴에서 어떤 감정을 읽은 그는 다소 놀란 듯 보였다.

“아, 실례가 될 생각은 전혀 없었네.” 던컨이 황급히 말했다. “내 말은, 그저—”

“괜찮습니다.” 로저는 손을 휘젓듯 흔들며 말을 막았다. 그의 목소리는 던컨만큼이나 건조했다.
“진실을 말하면, 악마도 부끄러워지지요. 그쵸?”

그리고 그 말은, 진실이었다.
그는 지금껏 그 사실을 일부러 외면해왔다는 걸 깨달았다.
사실, 지금 이 순간 비로소 그는 자신의 처지가 던컨과 완벽히 평행선이라는 걸 자각했다—재산 하나 없이, 부유하거나 부유해질 가능성이 있는 여자와 결혼하는 남자.

그는 한 번도 제이미 프레이저를 '부자'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아마도 제이미의 본래 성품이 겸손해서였을지도, 아니면 진짜 아직 부자가 아니어서 그랬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냉정히 말해, 제이미는 1만 에이커에 달하는 땅을 소유한 사람이었다.
그 땅의 상당 부분이 아직 황무지라 해도, 언젠가는 개발될 게 분명했다.

이미 일부 땅에는 세입자들이 들어와 있었고, 앞으로는 더 늘어날 것이다.
그 세입자들이 임대료를 내고, 개울에는 제재소와 방앗간이 생기고, 정착지와 가게, 선술집이 생기며, 몇 마리 안 되던 소, 돼지, 말들이 번식하여 살찐 가축 떼로 불어날 것이다—모두 제이미의 철저한 관리 아래.

그렇게 되면 제이미는 진짜 부자가 될 수도 있었다.
그리고 브리아나는 그의 유일한 친딸이었다.

거기에 조캐스타 캐머런까지 있었다.
이미 엄청난 부자인 그녀는 브리아나를 상속인으로 삼겠다고까지 선언했었다.
브리는 그 제안을 단칼에 거절했지만—조캐스타는 브리 못지않게 완고한 사람이었고, 인생 경험은 훨씬 더 많았다.
게다가 브리가 뭐라 하든 간에, 사람들은 어차피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것이, 로저의 속을 짓누르는 돌덩이 같았다.
자신이 재산도, 지위도 없이 ‘신분 상승’ 결혼을 하고 있다는 사실도 충격이었지만—더 심각한 건 그 사실을 식민지 내 모든 사람이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이란 점이었다.
그리고 그들 눈에 자기는 어쩌면 기회주의자, 심하면 모험가로 비쳐졌을 것이다.

입안에 쓴 연기가 남은 듯, 뒷목이 싸해졌다.
그는 그것을 삼켜내며 던컨에게 찡그린 웃음을 지었다.

“그래요.” 그가 말했다. “뭐… 좋든 나쁘든. 여인들이 우리에게 뭔가를 보긴 본 거겠죠?”

던컨도 약간 쓴웃음을 지었다.

“그러게. 그런데 자넨… 그 종교 문제는 괜찮을 것 같나? 조캐스타 양이나 맥 더브에게 괜한 오해를 주고 싶진 않아서 말이야. 내가 그 얘기를 먼저 꺼내지 않은 건… 굳이 소란피울 필요도 없고.”

“아뇨, 물론 괜찮습니다.” 로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깊게 숨을 들이쉬고 젖은 머리카락을 이마에서 걷어냈다.

“제가 그—신부님께 말씀드렸을 때, 유일한 조건이 아이들은 가톨릭으로 세례받게 하라는 거였거든요.
하지만 던컨 씨와 미세스 캐머런 사이엔 그게 고려 사항이 아니니…”

그는 말을 흐렸지만, 던컨은 안도한 듯했다.

“아, 아니지.” 던컨은 살짝 웃으며 말했다. “그런 건 별로 신경 안 써.”

“그럼 다행입니다.”
로저는 억지로 웃으며 그의 등을 쳤다.

“행운을 빌어요.”

“자넨 어쩐가, 쓰뮈어리히.”
던컨은 콧수염 아래로 손가락을 훑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로저는 그 대화를 마치면 던컨이 자기 일로 돌아갈 줄 알았다.
하지만 그는 계속 따라오며, 로저가 보던 짐마차 줄을 따라 천천히 걸어가며 전시된 물건들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일주일 내내 흥정과 거래가 오가면서 마차는 출발할 때와 다름없이 꽉 차 있었다—아니, 오히려 더 많아졌다.
곡물 자루, 양털, 사과, 가죽, 각종 술통과 사탕, 교환으로 들어온 온갖 물건들.
고급 상품은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사람들이 북적이며 물건을 고르고 있었다.

로저는 키가 크고 사람들 너머로 고개를 내밀며 걸었다.
‘브리가 이걸 보면 어떤 반응일까?’ 하는 생각을 하며 물건들을 훑었다.

브리아나는 아름답지만 외모에 크게 신경 쓰는 성격은 아니었다.
사실, 젬미가 머리를 잡아당기고, 음식에 자꾸 머리카락이 들어가 짜증이 났는지 머리카락을 자르려 한 걸 간신히 말렸을 정도였다.
어쩌면 리본이 실용적일 수도.
아니면 장식 빗?
아니면… 젬미용 수갑.

그는 천 장수 앞에서 멈췄다.
천막 아래, 비를 피한 리본들과 모자들이 말미잘 촉수처럼 물결쳤다.
바람을 피하며 던컨도 다가와 구경했다.

“무엇을 찾으십니까, 손님?”
행상 여인이 가슴을 팔짱 낀 팔 위에 얹고 웃으며 물었다.

“벨벳 한 야드.” 던컨이 말했다. “좋은 질로요. 색깔은 상관없습니다.”

그녀는 살짝 눈썹을 올렸지만, 아무 말 없이 남은 천을 뒤지기 시작했다.

“클레어 부인께 라벤더가 좀 남았을까요?” 던컨이 로저에게 물었다.

“예, 있어요.”
로저는 표정이 약간 헷갈렸던 모양이다. 던컨은 수줍게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그냥 생각이 나서요. 조캐스타 양은 편두통도 있으시고, 요즘 잠도 잘 못 주무셔서요. 제 어머니가 예전엔 라벤더 베개를 쓰셨거든요. 머리만 대면 바로 주무셨다던데… 벨벳을 조금 써서 뺨에 닿게 하고, 리지 양이 꿰매주면 어떨까 해서요.”

‘병들어도, 건강해도…’

로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던컨의 세심한 마음 씀씀이에 감동받으면서도, 괜히 부끄러운 마음까지 들었다.
그는 던컨과 조캐스타의 결혼을 현실적이고 계산적인 합의로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미친 사랑이 아니라고 해서, 다정함과 배려가 없으라는 법은 없지 않은가?

그는 문득 멈춰 서며 군중이 흘러가는 걸 그대로 두었다.
그의 눈에는 그녀 손가락에 끼워진 붉은 루비 반지가 또렷하게 떠올랐다—Jamie가 Claire에게 주었다가 다시 그 반지를 Brianna에게 건넨, 그녀의 아버지의 반지였다.
물론 그 반지를 Roger가 받은 것이 사실이지만, 그건 자신이 직접 고르고 건넨 선물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는 지금, 무엇보다도 진심으로 자기 손으로 그녀에게 ‘자기 것’이라 할 수 있는 선물을 주고 싶었다.

그는 망설임 없이 방향을 틀어 금속 장신구들을 다루는 마차로 돌아갔다.
그곳엔 비가 흩뿌리는 와중에도 반짝이는 금속 조각들이 가지런히 진열되어 있었고,
Roger는 한눈에 그녀의 약지에 딱 맞을 법한 반지를 골라냈다—자기 새끼손가락으로 치수를 가늠하며.

“이걸로 하겠습니다.”
그가 말했다.

그 반지는 구리와 황동을 땋아 만든 저렴한 반지로,
아마 몇 분 안에 손가락을 초록색으로 물들일지도 몰랐지만,
Roger는 오히려 그게 좋았다.

‘그녀가 그걸 매일 끼지 않더라도, 그 흔적은 남겠지.’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값을 치렀다.
“그 흔적이, 그녀가 내 사람이라는 걸 보여줄 테니까.”


"For this reason shall a woman leave her father’s house, and cleave unto her husband, and the two shall be one flesh."
“그러므로 여자는 아버지의 집을 떠나 남편과 합하여, 그 둘이 한 몸이 될지니라.”
(역: 성경 창세기 2장 24절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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