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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5. Riotous Unrest 소란스러운 소요 본문

Outlander아웃랜더/5. The Fiery Cross

Chapter 5. Riotous Unrest 소란스러운 소요

페이쓰 2025. 4. 12.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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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Riotous Unrest
(역: 소란스러운 소요)

첫 시간이 끝날 즈음, 내 앞엔 제법 많은 환자들이 모여 있었다. 이슬비가 오락가락했지만, 대집회(Gathering)의 마지막 날이라는 이유로 사람들이 갑자기 치통이나 피부병 따위도 참지 못하겠다는 듯, 어떻게든 치료받아야겠다고 몰려든 것이었다.

갑상선종 초기 증세가 있는 젊은 여성을 돌려보내며, 나는 그녀가 내륙 깊은 곳에 살아 신선한 생선을 구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말린 생선을 꾸준히 섭취하라고 조언했다. 요오드가 부족해 생긴 것이기 때문이었다.

“다음!”
나는 머리카락에 묻은 빗방울을 손으로 털어내며 외쳤다.

그러자 마치 홍해가 갈라지듯, 사람들 사이가 갈라졌고 그 틈으로 깡마르고 누더기를 걸친 노인이 나타났다.
팔에 무언가 털복숭이한 것을 안고 있었는데, 비쩍 마른 몸에선 죽은 너구리 냄새가 났다.
그리고 바로 그 냄새 때문인지, 사람들은 그를 피해 물러섰다.

처음엔 그가 안고 있는 회색빛 털뭉치가 정말 죽은 너구리인 줄 알았다.
이미 내 발치엔 털가죽들이 몇 장 쌓여 있었고, 보통은 다들 가죽만 따로 들고 와 주는 법이었기에.

하지만 그 털뭉치가 움직였고, 엉킨 털 사이로 반짝이는 눈 두 개가 나타났다.

“내 개가 다쳤소,” 노인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리고는 내가 쓰는 진료 테이블 위에 털뭉치—개—를 올려놓으며 기구들을 밀어내고, 개 엉덩이에 난 찢긴 상처를 가리켰다.
“당신이 고쳐야지.”

그 말투엔 부탁이라기보단 명령에 가까운 투가 담겨 있었지만, 어쨌든 환자는 개였고, 녀석은 꽤 얌전했다.
중간 크기에 다리는 짧고, 거칠고 얼룩진 털에 귀는 너덜너덜했지만, 개는 헥헥거리며 가만히 앉아 있었고 도망칠 생각은 없어 보였다.

“무슨 일로 다친 거죠?”
나는 간신히 균형을 잡고 있던 대야를 치우고, 멸균된 봉합실을 담은 병을 찾기 위해 몸을 굽혔다.
개는 내 손을 핥았다.

“암컷 너구리랑 싸웠소.”

“흠…”
나는 상처를 살펴보며 대꾸했다.
이 개의 생김새나 사람을 잘 따르는 성격으로 보아, 암컷 너구리를 공격한 건 사냥 목적이라기보다 정욕 때문이지 싶었다.
그 생각을 하자마자 개가 내 쪽으로 촉촉한 생식기를 쑥 내밀었다.

“이 녀석, 엄마를 마음에 들어했나 보네.”
Bree가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

“참 영광이네.”
나는 투덜거리며, 개 주인이 비슷한 반응을 보이지 않기만을 바랐다.
다행히도 노인은 나에겐 아무 관심도 없어 보였고, 눈은 멀리 아래 군인들의 훈련 장면에 고정돼 있었다.

“가위 좀.”
나는 손을 내밀며 말했다. 이미 체념한 상태였다.

나는 개의 상처 주변 털을 잘라냈고, 감염은 크게 진행되지 않은 듯해 안도했다.
상처는 이미 딱지가 앉은 상태였고, 개가 이 상처를 입은 지 꽤 된 듯 보였다.

이 개와 이 노인은 이 산에서 살고 있던 것일까?
그를 본 적도 없고, 말투도 스코틀랜드 말이 아니었다. 대집회에 참석한 사람 같지도 않았는데, 어쩌면 지나던 길일지도 몰랐다.

“음... 혹시 개 머리 좀 잡아주시겠어요?”
개가 얌전해도 바늘로 꿰매기 시작하면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인은 여전히 우울에 잠긴 듯했고,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나는 Bree에게 도움을 청하려 고개를 돌렸지만, 그녀는 어느새 사라져 있었다.

“이리 오렴, 아가야. 얌전히 해.”
부드러운 목소리가 옆에서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자 Murray MacLeod가 개에게 손을 내밀고 있었고, 개는 흥미롭게 그의 주먹을 킁킁거리고 있었다.

내 놀란 얼굴을 본 Murray는 어깨를 으쓱하며 웃었고, 개 목덜미와 주둥이를 단단히 잡았다.

“서둘러 하는 게 좋을 것 같소, Mrs. Fraser.”

나는 개 다리를 단단히 잡고 꿰매기 시작했다.
개는 사람과 다를 바 없이 버둥거리며 도망치려 했고, 앞발이 테이블 위를 긁었다.
결국 한 번은 Murray의 손에서 벗어나 테이블에서 뛰어내려 도망치려 했다.
나는 거의 반사적으로 몸을 던져 개 위로 굴러갔고, 잎사귀와 진흙 속에서 뒹굴었다.
주변 사람들은 뒷걸음질치며 흩어졌고, 그 와중에 몇몇 용감한 이들이 나를 도와 개를 붙잡아줬다.

마지막 매듭을 묶고, 발끝으로 실을 잘라냈다.
숨을 몰아쉬며 개 옆구리에서 무릎을 떼자, 개도 똑같이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관중들이 박수를 쳤다.

나는 약간 어질어질한 상태로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머리는 온통 엉켜 있었고, 손으로 얼굴의 흙을 털어냈다.
Murray도 마찬가지로, 머리끈이 풀리고 외투엔 진흙 얼룩과 찢어진 자국이 있었다.

그는 개를 들어올려 다시 테이블 위에 올렸다.

“당신 개요, 선생.”
Murray가 말하며, 숨을 몰아쉬었다.

노인은 돌아서서 개 머리에 손을 얹더니, 나와 Murray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 모습은 마치 "외과 시술이 원래 이렇게 팀플레이로 이뤄지는 건가?" 하고 의아해하는 듯했다.

그리고는 고개를 돌려 훈련 중인 군인들을 바라보았고, 다시 나를 보며 눈썹을 찌푸렸다.

“저 사람들은 누구요?”
그가 혼잣말처럼 물었다. 그러곤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어깨를 으쓱하며 돌아섰다.
개는 혀를 늘어뜨린 채 테이블에서 내려와, 주인을 따라 터덜터덜 걸어갔다.

나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앞치마에 묻은 진흙을 털고, Murray에게 감사의 미소를 보낸 뒤,
다음 환자를 보기 위해 손을 씻으러 돌아섰다.

“하,” Bree가 작게 중얼였다. “잡았네.”

그녀는 턱을 살짝 들며 뭔가를 가리켰고,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다음 환자는 신사처럼 보이는 남자였다. 진짜 신사였다는 말이다.
옷차림과 몸가짐이 평범한 이들과는 달리 단정하고 격조 있었다.

나는 그가 한동안 치료 공간 주변을 배회하는 걸 본 기억이 있었다.
내가 있는 쪽과 Murray의 진료소 쪽을 번갈아 바라보며 어디로 갈까 고민하는 듯하더니, 결국 방금의 개 소동이 나의 손에 힘을 실어준 듯 이쪽으로 걸어왔다.

Murray는 썩 내켜하지 않는 표정이었다.
신사는 대개 현금으로 지불하기 때문이다.

나는 Murray에게 조심스레 미안하다는 눈짓을 보낸 후, 전문가다운 미소를 띠고 남자에게 말했다.

“앉으시고 어디가 불편한지 말씀해주세요.”

남자는 Hillsborough 출신의 Goodwin 씨라고 했다.
그의 주된 증상은 팔 통증이었지만, 내 눈엔 그보다 더 많은 문제가 보였다.

그의 얼굴에는 신선한 흉터 하나가 사선으로 길게 나 있었고, 눈꼬리를 끌어당겨 끔찍한 사시를 만들어냈다.
광대뼈 위에는 무거운 물체에 얻어맞은 듯한 자국이 있었고, 전반적으로 얼굴은 며칠 전까지 심하게 구타당한 사람의 모습 그대로였다.

물론, 신사라고 해서 싸움과 무관한 건 아니었다.
충분한 이유만 있으면 나이와 상관없이 싸움에 휘말릴 수도 있는 법이다.
하지만 이 남자는 나이가 쉰은 훌쩍 넘어 보였고, 잘 살찐 배가 은단추 달린 조끼를 밀어올리고 있었다.
누군가에게 습격당했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나는 그의 팔과 어깨를 살피며 약간씩 들어보게 하고, 조심스럽게 만지며 질문을 던졌다.

문제는 금방 드러났다.
팔꿈치가 탈구되었다가 다시 제자리에 돌아간 듯했지만, 그 과정에서 힘줄 하나가 뼈 사이에 끼여버린 것 같았다.
그래서 움직일 때마다 통증이 심해진 것이다.

게다가 그게 다가 아니었다.
팔 아래쪽을 따라 조심스럽게 만져보니 세 군데나 단순 골절이 나 있었다.
그 위로는 노란빛과 검붉은 핏자국이 어우러진 큰 멍이 두 군데 있었고, 딱 봐도 자가 방어 도중 입은 상처라는 걸 알 수 있었다.

“Bree, 쓸만한 부목 좀 찾아줄래?”
나는 말했다.

Bree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없이 사라졌고, 나는 남자의 덜 심한 멍 자국에 약초 연고를 발라주기 시작했다.

“도대체 무슨 일로 이렇게 다치신 거예요?”
나는 가볍게 물으며 붕대를 꺼냈다.
“상대는 더 심하게 당했겠죠?”

그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진짜 전쟁이었소, Mrs. Fraser. 하지만 내 싸움은 아니었지. 그저 운이 나빴던 거요. 마침 그 자리에 있었을 뿐.”

“그렇군요.”
나는 멍 부위를 손끝으로 살짝 눌렀다.
“이건 누가 세게 때렸네요. 이 부위, 이쯤이면 이빨이 나갔겠는데요?”

그는 놀란 듯 눈을 깜박였다.

“그렇소. 두 개나. 하나는 뿌리까지 뽑혀 나갔고, 하나는 부러졌지요.”
그는 입술을 젖히고 상처 부위를 보여주었다.

바로 그때 Bree가 부목을 들고 나타났다.
상처 부위와 치아 상태를 본 그녀가 살짝 헛구역질을 했다.

Goodwin 씨의 나머지 치아들도 상태가 영 좋지 않았다.
누렇고 찌든 담배 자국, 두꺼운 치석이 잔뜩 끼어 있었다.

“그거라면 저도 좀 도와드릴 수 있을 것 같네요.”
나는 Bree는 무시하고 말했다.
“여기 씹을 때 아프셨죠? 뿌리 쪽이 감염될 수도 있으니, 부러진 부분을 빼내고 소독해드릴게요. 근데... 누가 이렇게 때린 거죠?”

그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사실 잘 모르겠소. 난 그냥 법원에 서류를 제출하러 갔을 뿐이오. 그런데 건물 앞에 사람들이 잔뜩 모여 있었소. 몽둥이랑 채찍 같은 걸 들고서 말이오.”

그는 군중을 보고 발길을 돌리려 했지만, 그때 누군가 창문에 돌을 던졌고,
유리창이 깨지는 소리에 군중은 폭발하듯 들이닥쳤다.

“친구인 Fanning 씨가 안에 있었거든요.”
그는 말을 이었다.

“Fanning... 설마 Edmund Fanning이요?”
나는 연고를 펴바르며 물었다.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양반에 대해 안 좋은 소문이야 많지만, 내게는 늘 좋은 친구였소. 그래서 살해 위협까지 들리는 상황에서 가만있을 수는 없었지요.”

그러나 그의 용맹한 시도는 실패였다.
계단 아래까지 간 그는, 안에서 누군가 끌려 나오는 걸 목격했다.

“Fanning이었소. 문에서 머리가 계단을 ‘쿵쿵’ 부딪히며 끌려 나오는 모습을 봤지요.”
그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 소리가 아직도 귀에 생생하오. 수박이 굴러떨어지는 소리 같았소.”

“하지만 죽지는 않았겠죠? Hillsborough에서 사망자는 없었다고 들었는데요.”
나는 손끝으로 피부를 부드럽게 당기며 중얼거렸다.
“팔 좀 힘 빼시고, 숨 깊게 들이마셔보세요.”

Goodwin 씨는 숨을 깊게 들이켰는데, 그건 고통을 참으려는 의도는 아니고, 내가 그의 팔을 정렬하려던 찰나였기 때문이었다.

나는 팔을 돌리며 힘줄이 낀 부분을 풀어내고, 관절을 바른 위치로 맞춰주었다.
그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뺨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지만, 몇 번 눈을 깜빡이고는 훌륭하게 잘 버텼다.

“그리고 만약 Fanning이 살아있다면, 그건 폭도들의 자비 덕분은 아니었소.”
그는 씁쓸하게 말했다.
“그 자들은 Chief Justice를 더 괴롭힐 심산이었기에, Fanning은 기절한 채 내버려뒀던 거요.”

그와 다른 친구 한 명이 Fanning을 들어 근처 집으로 피신하려 했는데, 바로 그 순간 군중이 다시 들이닥쳤다고 한다.
팔이 부러진 것도, 눈두덩에 상처가 생긴 것도, 그 난동 속에서였다.

그는 깊은 주름이 진 눈썹 사이를 찡그리며 덧붙였다.
“그 폭도들, 꼭 이름을 밝혀내어 죄값을 받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오. 하지만—”
그는 목소리를 낮추었다.
“만약 여기서 그때 나를 친 놈을 마주친다면, 나는 그를 Governor에게 넘기기보다 직접 벌을 주고 싶소. 정말이지.”

그의 주먹이 천천히 쥐어졌고, 마치 내가 그 범인을 숨겨두고 있는 줄 아는 사람처럼 나를 노려보았다.

Bree가 내 뒤에서 몸을 움찔였다.
아마 그녀도 Hobson과 Fowles, 그리고 MacLennan을 떠올리고 있었을 것이다.

나는 적당히 동정 어린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소독용 위스키 병을 꺼냈다.
Goodwin 씨는 그 병을 보자 약간 들뜬 표정을 지었다.

“이거 한 잔이면 좀 기운이 날 겁니다.”
나는 그에게 위스키 한 컵 가득 따라주었다.
“입 안에 조금 머금고 계세요. 부러진 이 때문에 아프실 테니, 마취 효과도 줄 겁니다.”

그는 개구리처럼 뺨을 부풀리며 위스키를 머금었고, 나는 Bree를 돌아보았다.
딸은 조금 창백해 보였다.
그게 Goodwin 씨의 이야기 때문인지, 입 안 상태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다.

“오늘 아침엔 넌 더 이상 안 도와줘도 될 것 같구나.”
나는 그녀의 팔을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
“가서 Jocasta 숙모가 결혼식 준비 다 됐는지 확인해보렴.”

“정말 괜찮아요, 엄마?”
그녀는 물었지만, 벌써 피묻은 앞치마를 벗고 돌돌 만 상태였다.

그녀의 시선이 오솔길 방향으로 향했고, 나도 따라 고개를 돌리자,
Roger가 덤불 뒤에 숨어 그녀를 보고 있는 게 보였다.
그녀가 몸을 돌리는 순간, 그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고, 나 역시 작게 안도했다.
그래, 저 둘은 잘 될 거야.

나는 다시 Goodwin 씨에게 시선을 돌리고, 치아를 뽑기 위한 집게를 손에 쥐었다.

“자, Goodwin 씨. 이걸 한 모금 더 드시고, 이제 이 작은 문제를 마무리해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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