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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SOMETIMES THEY’RE REALLY DEAD 가끔 그들은 정말로 죽기도 해 본문
1. SOMETIMES THEY’RE REALLY DEAD 가끔 그들은 정말로 죽기도 해
페이쓰 2023. 7. 20. 10:29* 최초작성: 2023/07/19
** 2025.04.11 작업완료
PART ONE
A Troubling of the Waters 물의 흔들림
SOMETIMES THEY’RE REALLY DEAD
Wilmington, colony of North Carolina
July 1776
가끔 그들은 정말로 죽기도 해
노스캐롤라이나의 식민지 윌밍턴
1776년 7월
해적의 머리가 사라졌다.
윌리엄은 근처 부두에서 돌아다니던 무리의 사람들이 그 머리가 다시 보이지는 않을까 궁리하는 모습을 보았다.
레게머리를 한 혼혈남자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냐, 그는 사라졌을거야,”
”악-어들은 그를 데려가지 않아, 물이 삼켰겠지.“
시골뜨기 하나가 반대의 의사를 내비치며 담배를 바꿔물고 물 속에 침을 뱉었다.
“아냐, 하루 정도는 더 괜찮아-어쩌면 이틀도. 그것들은 머리를 지탱하는 연골을 깨물어서 햇볕에 말리곤하지. 쇠처럼 단단해지지. 그렇게 된 사슴시체를 여럿 봤어.“
윌리엄은 멕켄지 부인이 부두 쪽으로 살짝 웃었다가 표정을 지우는 걸 보았다. 그의 생각에 그녀는 창백했기에, 몸을 살짝 움직여 그녀의 시야에서 남자들과 높은 조수의 갈색 물결을 차단시켰다. 그렇지만 파도가 워낙 높았기에 말뚝에 묶인 그 시체는 자연스럽게 보이지 않을 터였다. 그럴지만 그 말뚝은 - 범죄의 대가를 상기시켰다. 그 해적은 벌써 며칠 전에 익사당하게끔 진흙 위의 말뚝에 묶였지만 그의 썩어가는 시체의 존재는 공공연한 대화의 현재진행형 주제였다.
“젬!” 맥켄지씨가 날카롭게 외치며 그의 아들을 쫓아 윌리엄을 지나갔다. 그 어머니처럼 붉은 머리의 그 작은 소년은 사내들의 대화를 들으며 돌아다니다가 지금은 물 위로 몸을 기울이며 아주 위험하게 말뚝에 매달려 그 죽은 해적을 보려고 시도 중이었다.
맥켄지 씨는 소년의 목덜미를 잡아채 안으로 잡아당기며 그를 품 속으로 잡아끌었다. 소년은 반항하며 늪 같은 항구를 향해 몸을 비틀었다
“나는 왁-어가 그 해적을 먹는 걸 보고싶어요 아빠!”
구경꾼 무리가 웃었고, 심지어는 맥켄지조차 약간 웃었지만, 그 미소는 아내를 살피자마자 사라졌다. 그는 그녀의 옆에서 팔꿈치 아래 한 손을 받쳤다.
“우린 이제 가야겠구나,” 맥켄지는 고통의 흔적이 역력한 아내를 부축하기 위해 아들의 무게를 분산시켰다.
“랜섬 중위-아니, 로드 엘리스미어“ - 그가 윌리엄에게 사과하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정정했다 - ”께서는 다른 약속이 있으실테니.“
이건 사실이었다. 윌리엄은 그의 부친과 저녁을 함께하기로 되어있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항구를 바로 저편에 있는 태번에서 그를 만나기로 했다. 그를 만나기란 아주 쉬웠다.
윌리엄은 그렇게 말하며 그들이 머물기를 고집했다. 그는 그들과 함께하는 것을 즐기고 있었다 - 특히 맥켄지 부인과 - 하지만 그녀는 유감스럽게 미소지었다. 그렇게 하자 그녀의 얼굴빛은 나아졌고, 품 속의 모자를 쓴 아기를 토닥거렸다.
“아냐, 우린 할 일이 있어요.” 그녀가 여전히 내려오려고 안간힘을 쓰는 아들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윌리엄은 그녀의 눈이 항구와 물결 위로 우뚝 솟은 막대기를 향해 깜박거리는 걸 보았다. 그녀는 단호하게 시선을 돌려 대신에 윌리엄의 얼굴을 눈에 담았다. “아기가 일어날 시간이 됐어요: 아마 배가 고플테죠. 그렇지만 당신을 만나서 정말 반가웠어요. 더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면 좋았을걸.” 그녀는 정말 진심으로 그렇게 말했고, 그의 팔을 살짝 만져 그에게 뱃속에서부터 피어나는 기쁨의 감정을 가져다 주었다.
구경꾼들은 이제 익사한 해적의 재등장으로 도박을 시작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 중 누구도 서로 다른 의견을 내지 않았다.
“파도가 그치고 나면 거기 있을 거라는데 둘 걸지.”
“몸은 그 자리에 있지만 머리는 없을 거라는데 다섯. 난 네가 말하는 관절을 깨무는 거는 신경 안써, 렘, 그 머리는 이번에 마지막으로 파도가 들어올 때 구슬처럼 그냥 흔들거리고 있을거야. 다음 번엔 머리가 떼어질걸 분명,”
이 대화도 익사당하길 바라며, 윌리엄은 우아하게 작별을 고했다. 그가 할 수 있는 최대의 예의를 담아 맥켄지 부인의 손에 키스하고, 순간적인 영감에 힘입어, 그 작은 소녀의 손에도 키스해 모두를 웃음짓게 했다.
맥켄지 씨는 그에게 이상한 시선을 보냈지만 기분이 상한 것 같지는 않았고, 매우 격식을 차려 악수한 후에, 그의 아들을 내려놓고 그 작은 소년도 악수를 하게끔 하는 재치를 발휘했다.
“누구 죽여보신 적 있어요?“ 소년이 윌리엄의 예장용 검을 바라보며 흥미롭게 물었다.
”아니, 아직,“ 윌리엄이 웃으며 대답했다.
”제 조부는 2다즌의 남자를 죽였어요“
”제미!“ 그의 부모가 동시에 말했고, 그 작은 소년의 어깨가 귀에 닿을 듯 올라갔다.
”맞잖아요!“
”네 조부는 분명 대담하고 용감한 남자시겠구나,“ 윌리엄이 소년을 심각하게 말했다. “국왕 전하께서는 항상 그런 사람들을 필요로 하시지.”
“제 조부는 왕이 내 엉덩이에 키스할 수도 있겠지King can kiss his arse,” 라고 했어요,” 소년이 사실적으로 대답했다.
“제미!”
맥켄지 씨는 과한 말을 하는 아들의 입을 막았다.
“네 할아버지는 그런 말을 하시지 않았잖아!” 맥켄지 부인이 말했다. 소년이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고 그 아버지는 손을 뗐다.
“맞아요. 하지만 할머니는 그랬어요.”
“그래, 그게 좀 더 그럴 듯하구나,”
맥켄지 씨가 분명 웃지 않으려고 애를 쓰며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군인들에게 하지 않는단다- 군인들은 국왕 전하를 위해 일하잖니.”
“오,” 제미가 명백하게 흥미를 잃고있으며 말했다. “이제 파도가 물러났어요?” 그가 다시 한번 항구를 향해 목을 꺾으며 바람을 담아 물었다. “아니,” 멕켄지 씨가 단호하게 말했다. “몇 시간 동안은 아니야. 네가 침대에 있을 때지.”
맥켄지 부인은 사과하듯 윌리엄을 향해 미소지었고, 그녀의 뺨은 쑥쓰럽게 붉어져 매력적이었다. 가족은 약간 서두르며 떠나 남겨진 윌리엄이 웃음과 당황 사이에서 갈팡질팡 하게끔 했다.
“어이, 랜섬!”
그는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 그의 연대에 속한 두 소위, 해리 돕슨과 콜린 오스본을 발견했다. 그들은 분명 근무에서 벗어나 윌밍턴을 느끼지 못해 안달이었다. - 늘 그랬듯이.
“누구야?” 돕슨이 떠나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흥미롭게 물었다.
“맥켄지 씨와 맥켄지 부인. 내 아버지의 친구들이지.”
“오, 결혼을 했나?” 돕슨이 여전히 여자를 바라보며 볼을 빨아들였다.
“음, 약간 더 힘들어지긴 하겠지만, 삶이란 게 원래 도전 아니겠어?”
“도전?” 윌리엄은 그의 몸집이 작은 친구에게 삐딱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녀의 남편은 네 3배 정도 되는 거 같은데.”
오스본이 빨개진 얼굴로 웃었다. “여자는 2배 정도고! 너를 깔아뭉갤걸, Dobby.”
”왜 내가 아래에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돕슨이 위엄을 담아 질문했다. 오스본은 아유했다.
”넌 왜 키가 큰 여자에 집착하는거야?“ 윌리언이 물었다. 그는 거리의 끝에 다다라 이제 거의 시선 밖으로 나간 가족의 작아진 형상을 살폈다.
“저 여자는 거의 나만큼 키가 크다고!”
“당연히 그러겠지!”
5피트인 돕슨보다는 크지만 윌리엄보다 머리 하나는 작은 오스본이 그의 무릎을 향해 사악한 킥을 조준했다.
윌리엄은 그것을 피하고 오스본을 찰싹 때렸고, 오스본은 몸을 굽혀 그를 돕슨에게 밀었다.
"신-샤들!" Sergeant커터 하사의 위협적인 코크니(런던)억양이 그들 사이를 날카롭게 갈랐다. 그들은 하사관보다 계급이 높을지 몰랐으나, 그들 중 누구도 그 사실을 지적하고 싶지 않았다. 대대원 전체가 커터 하사에게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신보다도 나이가 많고 돕슨 정도의 키였으나, 그 작은 체격 안에 커다란 화산과도 같은 광폭한 분노를 담고 있었다.
"하사!" 엘즈미어의 백작이자 그룹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윌리엄 랜섬 중위가 그의 몸을 곧게 세우고 턱 끝을 그의 개머리판에 대고 눌렀다. 오스본과 돕슨은 부츠를 신은 발을 매우 흔들면서 급히 그를 따라했다.
커터는 스토킹을 하는 표범과 같은 자세로 그들 앞뒤를 걸어다녔다. 저 채찍질하는 꼬리와 씹어먹기 전에 미리 준비하듯 핥는 모습을 보라지, 윌리엄이 생각했다. 물릴 것을 기다리는 것은 엉덩이에 물리는 그 자체만큼이나 나빴다.
"당신의 부대는 어디에 있죠," 커터가 으르렁거렸다. "경들?"
오스본과 돈습은 즉시 설명을 더듬기 시작했지만, 랜섬 중위는 -단번에- 천사들 옆에서 걷고 있는 기분이었다.
"제 부하들은 콜슨 중위 아래서 총독각하의 궁을 지키고 있습니다. 저는 제 아버지와 함께 식사하도록 허가를 받았습니다, 하사. 피터 경께." 그가 예의바르게 말했다.
피터 패커 경의 이름은 마법과도 같은 것이어서, 커터의 강도가 절반 정도로 줄어들었다. 그렇지만 윌리엄에게는 놀랍게도 이 반응을 이끌어낸 것은 피터 경의 이름이 아니었다.
"당신의 아버지?" 커터가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존 그레이 경이시죠?"
"어...네," 윌리엄이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그를...아십니까?"
커터가 대답할 수 있게 되기 전에, 근처 태번의 문이 열리고 윌리엄의 아버지가 밖으로 나왔다. 윌리엄은 이 시기적절한 등장에 환하게 웃어보였지만, 하사의 송곳같은 동공이 그에게 고정되자 빠르게 미소를 지웠다.
"바람난 원숭이 처럼 그렇게 웃지 마세요," 하사가 위험한 어조로 말했지만, 존 경의 손이 친숙하게 어깨를 두드렸다 - 세 명의 어린 중위들 중 누구도 큰 돈을 준다해도 하지 않을 일이었다.
"커터!" 존 경이 따뜻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 둔탁한 톤을 듣고 바로 생각했지, 이게 알로이시우스 커터 하사가 아니라면 또 누구겠어! 고양이를 삼킨 불독처럼 그렇게 말을 하는 다른 사람이 또 있을리가 없으니 말이야."
"알로이시우스?" 돕슨이 윌리엄을 향해 입을 뻐끔거렸지만 윌리엄은 그의 아버지가 그쪽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어 어깨를 으쓱할 수 없었기에 그저 짧게 대답으로 신음했다.
"윌리엄," 그가 진정어린 끄덕임과 함께 말했다. "정말 시간을 잘 지키는구나. 늦어서 미안하다; 나는 일이 있었어." 윌리엄이 무슨 말을 하거나 다른 사람들을 소개하기도 전에 존 경은 커터 병장과 함께 Wolfe 장군과 함께 Plains of Abraham 아브라함 평원에서 있었던 아주 오랜 날들을 회상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되자 세 명의 어린 장교들은 살짝 숨을 돌릴 수 있었고, 돕슨의 경우에는 좀 전에 생각하던 것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을 의미했다.
"너 아까 그 빨간머리 귀염둥이가 네 아버지의 친구라고 했지," 그가 윌리엄에게 속삭였다. "아버지께 그녀가 어디서 묵는지 알아내, 어?"
"바보," 오스본이 싯싯거렸다. "그녀는 이쁘지도 않다구! 그녀는 마치-마치-마치 윌리처럼 코가 길잖아!"
"그녀의 얼굴은 높아서 보지못했고," 돕슨이 히죽거리며 말했다. "그렇지만 그녀의 엉덩이는 눈높이와 맞았지, 그래서..."
"개자식!"
"쉬!" 오스본이 돕슨의 발을 밟아 존 경이 젊은 청년들에게 돌아섰을 때 그를 닥치게 했다.
"네 친구들에게 나를 소개해주겠니, 윌리엄?" 존 경이 정중하게 물었다. 그의 아버지가 포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날카로운 청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 윌리엄은 몸소 알고 있었다. 오스본과 돕슨은 약간 경외한 듯 고개를 숙였다. 그들은 윌리엄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몰랐었고, 윌리엄은 그들이 감명을 받았다는 것에 약간 자부심을 느끼며, 또 동시에 그들이 존 경의 신분을 알아차렸다는 것에 약간 실망했다 - 이제 내일 저녁이 되기도 전에 대대 전체에 퍼질 것이다. 당연하게도 피터 경은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그는 아버지가 그와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유머를 회복해 성급하지만 좋은 모양새로 커터 병장의 경례에 답례한 후 도비와 오스본을 그들의 운명에 순응하도록 내버려두고 떠났다.
"네가 맥켄지 부부와 말하는 걸 봤단다," 존 경이 일상적으로 말했다. "그들 모두 잘 지내겠지?" 그는 부두 아래를 내려다보았지만, 맥켄지들은 시야에서 이미 오래 전에 사라진 뒤였다.
"그런 것 같았어요," 윌리가 말했다. 그는 그들이 어디 머무는지 묻지 않을 생각이었지만, 그 젊은 여자에 대한 인상은 그에게도 남아있었다. 그는 그녀가 이쁜지 아닌지 말할 수 없었다; 그렇지만 그녀의 시선은 그에게 박혔다. 아름다운 딥블루 색의 눈이 긴 적갈색의 속눈썹과 함께 그에게 강렬하게 고정되어 그의 가슴 속에 따뜻한 주름을 남겼다. 물론 괴상하게도 키가 컸지만 그래도 -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던가? 그녀는 결혼했어, 애도 있다고! 그리고 더 말할 것도 없이 빨간머리지.
"그들을 - 어 - 오래 알고 계셨나요?" 윌리엄이 그 가족들 사이에 분명하게 있는 존재했던 놀라울 정도로 삐뚫어진 정치적 정서에 대해 생각하며 물었다.
"꽤 긴 시간이지. 그녀는 내 가장 오래된 친구들 중 한 명인 제임스 프레이저 씨의 딸이란다. 그러고 보니 그를 기억하니?" 윌리엄이 그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고 얼굴을 찌푸렸다 - 그의 아버지에겐 친구가 매우 많았는데 그를 어떻게...
"오!" 그가 말했다. "영국인 친구가 아니군요. 아버지가 그 나그네쥐 때문에 아팠던 그 때에 우리가 산에서 방문했던 그 분이 프레이저 씨였죠?" 그때의 순전한 공포를 기억하자 그의 배 가장 아랫부분이 살짝 떨어지는 것 같았다.
그는 정말 비참하고 몽롱한 상태로 산을 여행했었다; 그의 어머니가 죽은지 겨우 한 달이 지났을 때였다. 그때 존 경은 나그네 쥐에 물렸고, 윌리엄은 그의 아버지가 죽어, 그를 이 야생에 완전히 홀로 내버려둘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다. 그 당시 그의 마음 속에는 두려움과 비탄을 제외하고는 아무 것도 없었고, 그는 그 방문에서 약간의 뒤섞인 감정들을 겨우 기억해냈을 뿐이었다. 윌리엄은 그를 낚시에 데려다주고 그에게 친절했던 프레이저 씨에 대해서는 희미한 기억을 약간 가지고 있었다.
"그래," 아버지가 곁눈질하는 미소와 함께 말했다. "감동받았는걸, 윌리. 나는 네가 그 때의 방문을 나보다도 더한 너의 불행으로 더 많이 기억할거라 생각했어."
"그-" 그 순간 기억이 그를 덮쳤고, 열기의 향연으로 축축한 여름 공기를 더 덥게 느껴지게 했다. "정말 감사하네요! 아버지가 언급하시기 전까지 저는 제 기억 속에서 완전히 잊어버리고 있었어요!"
그의 아버지가 숨기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고 웃었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는 거의 경련하고 있었다.
"미안하다, 윌리," 그가 숨을 헐떡이고 손수건 끝으로 눈을 닦으며 말했다. "어찌할 수가 없네; 이건 가장 - 정말 가장 - 오 신이시여, 우리가 널 그 변소 밖으로 꺼냈을 때 네 모습이 어땠는지 난 평생 잊지 못할거야!"
"사고였다는 걸 아시잖아요," 윌리엄이 딱딱하게 말했다. 그의 뺨은 기억에 남은 굴욕감으로 타는 듯했다. 적어도 프레이저의 딸은 이 순간 그의 굴욕을 목격하지 못해 다행이었다.
“물론이죠. 하지만—”
아버지는 입에 손수건을 대고, 어깨를 조용히 떨며 웃고 있었다.
“언제든 웃음 그만두셔도 좋습니다만.” 윌리엄이 싸늘하게 말했다. “도대체 어디로 가는 중입니까?”
그들은 부두 끝자락에 다다랐고, 아버지는 여전히 바다표범처럼 킁킁거리며 웃는 소리를 내며, 항구 근처 선술집과 여관들을 지나 조용하고 나무가 늘어진 골목으로 그를 이끌었다.
“리처드슨 대위와 저녁 식사를 하기로 했단다,” 아버지가 마침내 웃음을 가라앉히며 말했다. 그는 기침을 한 번 하고, 코를 풀고 나서 손수건을 집어넣었다. “벨 씨 댁에서 만나기로 했어.”
벨 씨의 집은 하얗게 회반죽을 칠한 단정하고 넉넉한 집이었지만, 지나치게 화려하지는 않았다. 리처드슨 대위 역시 비슷한 인상을 주는 사람이었다. 중년의 나이에 단정한 몸가짐, 잘 재단된 옷차림—하지만 어떤 개성도 두드러지지 않았고, 한 번 보고나면 군중 속에서 다시 알아보지 못할 얼굴이었다.
벨 집안의 두 자매는 훨씬 더 인상적이었다. 특히 둘째 미리엄은 모자 틈새로 꿀빛 곱슬머리가 살짝 드러났고, 크고 동그란 눈으로 식사 내내 윌리엄을 응시했다. 자리가 너무 멀어 직접 말을 걸 수는 없었지만, 그는 눈빛만으로도 서로 간의 관심을 충분히 전달할 수 있다고 느꼈다. 그리고 혹시라도 나중에 더 가까이 이야기할 기회가 온다면…?
그녀는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꿀빛 속눈썹을 살며시 내렸다가, 옆의 베란다 쪽으로 열린 문을 힐끗 바라보았다. 윌리엄도 미소로 화답했다.
“그렇다고 생각하나, 윌리엄?”
아버지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크게 들렸고, 두 번째로 물어보는 질문이라는 뉘앙스가 뚜렷했다.
“물론이죠. 음… 뭐에 대해서요?” 윌리엄이 되물었다. 어쨌든 아버지였지, 지휘관은 아니니까. 아버지는 공공장소가 아니었다면 눈을 굴렸을 표정을 지으며, 인내심을 가지고 설명했다.
“벨 씨가, 피터 경께서 윌밍턴에 오래 머무실 예정인지 묻고 계셨다.”
상석에 앉아 있던 벨 씨는 품위 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윌리엄은 그가 미리엄을 향해 눈초리를 살짝 좁히는 것을 눈치챘다. 벨 씨가 내일쯤 사무실에 있을 시간에 다시 방문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잠깐만 머물 예정입니다, 벨 씨.” 윌리엄은 공손히 대답했다. “주된 소요는 내륙에서 벌어지고 있으니, 곧 진압하러 이동할 예정이지요.”
벨 씨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고, 윌리엄은 그 시선 너머로 미리엄이 아쉬운 듯 입술을 삐죽 내미는 걸 보았다.
“좋아, 좋아.” 벨 씨가 유쾌하게 말했다. “충성파 수백 명이 자네와 함께 진군하려 모여들겠군.”
“아마도요, 선생님.” 윌리엄은 공손히 대답하며 수프를 한 숟갈 더 떴다. 벨 씨가 직접 진군에 동참할 사람은 아닐 것 같았다. 삽을 든 훈련되지 않은 지방 민병대가 얼마나 도움이 될지도 의문이었지만, 그런 말은 할 수 없었다.
그는 미리엄을 곁눈질하며 다시 바라보려다, 아버지와 리처드슨 대위 사이에 오간 미묘한 눈빛 교환을 포착했다. 그리고 그제야 처음으로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분명히 “리처드슨 대위와 저녁을 먹는다”고 했었다. 즉, 그 대위를 만나는 것이 이 저녁의 목적이었다는 뜻이다. 왜?
그 순간, 리디아 벨 양이 윌리엄을 흘끗 보았고, 윌리엄은 그제야 그녀의 매력을 눈치챘다. 언니로 보이는 그녀는 여동생보다 키가 크고 날씬했으며, 짙은 눈동자를 지닌 꽤나 아름다운 소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녁이 끝나고 여인들이 자리를 뜬 뒤 남자들이 베란다로 옮겨갔을 때, 윌리엄은 자신이 리처드슨 대위와 한쪽 끝에 자리하게 된 것에 놀라지 않았다. 아버지는 반대쪽에서 벨 씨와 송진 가격에 대해 열정적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아버지는 누구와도 어떤 주제로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었다.
“제안 하나 드리고 싶소, 중위.”
리처드슨은 상투적인 인사를 마친 뒤 말을 꺼냈다.
“예, 대위님.” 윌리엄은 공손하게 말했다. 궁금증이 점점 커지고 있었다. 리처드슨은 기병대 소속 대위였지만, 지금은 자신의 부대에 있지 않았다. 저녁 식사 중, 그는 자신이 ‘분리 임무’를 수행 중이라고 무심히 언급했었다. 어떤 임무인가?
“아버지께서 제 임무에 대해 말씀하신 게 있소?”
“없습니다, 대위님.”
“음. 나는 지금 남부 지역에서 정보 수집을 맡고 있소. 물론 내가 전체 작전을 지휘하는 건 아니고,”—그는 겸손하게 웃었다—“일부분을 맡고 있을 뿐이오.”
“정보 작전의 중요성은 잘 알고 있습니다, 대위님.” 윌리엄은 외교적인 표현을 찾아 말했다. “하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간첩 일 따위엔 관심 없다는 말이지. 당연하지.”
베란다는 어두웠지만, 대위의 말투가 얼마나 건조한지는 충분히 느껴졌다.
“그런 뜻은 아닙니다, 대위님.”
“괜찮소. 기분 나쁘게 듣지 않았소. 나는 자네를 스파이로 고용하려는 게 아니라, 전령으로 쓰려는 거요. 물론, 가는 길에 기회가 생긴다면 첩보를 수집해 주는 것도 아주 고마운 일이겠지만.”
윌리엄은 순간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그가 위태롭거나 섬세한 일엔 어울리지 않는다는 암시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감정을 누르며 말했다.
“그렇습니까?”
리처드슨은 캐롤라이나 지역 상황에 관한 중요한 정보를 확보한 상태였고, 이걸 북부 지휘관인 하우 장군에게 전달할 방법이 필요했다. 하우는 현재 할리팩스에 있었다.
“물론 여러 전령을 보낼 것이오. 배편이 조금 더 빠르긴 하다만, 나는 최소한 한 사람은 육로로 보내고 싶소. 보다 안전하게, 그리고 이동 중 관찰을 겸할 수 있으니까. 자네 아버지가 자네를 아주 높이 평가하더군, 중위.”
그 말투 속의 건조한 유머를 윌리엄은 어렴풋이 감지했다.
“내가 알기로 자네는 노스캐롤라이나와 버지니아 지역을 광범위하게 여행해본 경험이 있다지. 그건 아주 귀중한 자질이오. 나는 내 전령이 ‘디스멀 늪지’에 빠져서 영영 실종되는 꼴은 보고 싶지 않거든.”
“하하.” 윌리엄은 형식적으로 웃었다. 그것이 농담이라는 것을 알아챘기 때문이다. 리처드슨은 ‘그레이트 디스멀 늪지(Great Dismal Swamp)’ 근처에도 가본 적이 없어 보였다. 윌리엄은 가봤다. 그곳에 자발적으로 가는 이가 있다면, 사냥꾼밖에 없을 것이다.
그는 리처드슨의 제안에 대해 회의적이었지만, 막상 ‘부대를 떠나선 안 된다’고 자기 자신을 설득하려 하면서도, 동시에 머릿속에는 광활한 황야 속, 혼자 폭풍을 뚫고 중요한 소식을 전달하는 낭만적인 자신이 그려지고 있었다.
하지만 더 중요했던 건, 그 여정 끝에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무언가’에 대한 기대였다.
리처드슨은 그가 말 꺼내기도 전에 그 생각을 간파하고 먼저 답했다.
“북부에 도착하면, 원한다면, 하우 장군 참모진에 합류하게 될 걸세.”
그래, 이제야 제안이 떨어졌군.
윌리엄은 속으로 생각했다.
이것이 바로 그 사과였다. 탐스럽고 붉게 익은 과일. 리처드슨이 말한 “동의한다면”이 하우 장군의 동의를 의미한다는 건 물론 알고 있었지만, 그는 스스로의 능력에 꽤나 자신이 있었고, 그곳에서도 유용한 존재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는 노스캐롤라이나에 도착한 지 며칠 되지 않았지만, 북부와 남부 부대 간의 승진 가능성을 판단하기엔 그 정도면 충분했다. 대륙군의 주력은 모두 워싱턴 장군과 함께 북부에 있었고, 남부의 반란이라야 고작 변방 숲속 주민들이나 급조된 민병대 몇 군데에서 일어나는 소요 정도였다—실질적인 위협이 되긴 어려웠다. 사령관의 위상 면에서 봐도, 피터 경과 하우 장군 중 누가 더 영향력 있는 인물인지 비교해보면 답은 뻔했다.
“이 제안을 조금 생각해봐도 되겠습니까, 대위님?”
윌리엄은 되도록 목소리에 기대감이 드러나지 않도록 조심하며 물었다. “내일쯤 답을 드려도 될까요?”
“물론이지. 자네 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을 테고—괜찮네.”
리처드슨은 곧 의도적으로 화제를 바꿨고, 잠시 후 존 경과 벨 씨도 베란다로 나와 대화는 일반적인 이야기로 흘러갔다.
하지만 윌리엄은 그들의 말에 거의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의 시선을 빼앗은 건 마당 가장자리 덤불 너머에서 희미하게 어른거리는 두 개의 희고 가느다란 실루엣이었다. 두 명의 소녀가 하얀 모자를 쓰고 머리를 맞댔다가 다시 떨어지곤 했다. 가끔 한 명이 베란다 쪽을 힐끗 돌아보는 모습은 뭔가 궁금해하는 듯한 인상이었다.
“‘그의 겉옷을 두고 제비를 뽑더라.’”
아버지가 낮게 중얼거리며 고개를 저었다.
“예?” 윌리엄이 되묻자,
“아무것도 아니다.”
아버지는 미소 지으며 고개를 돌려 리처드슨 대위를 향했다. 마침 그는 날씨에 관한 무언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반딧불이들이 마당을 밝히며 젖은 풀잎 사이를 초록빛 불꽃처럼 흘렀다. 다시 반딧불이를 보는 건 반가운 일이었다. 영국에서는 볼 수 없던 풍경이었다. 남부의 공기는 특유의 부드러움이 있어서, 린넨 셔츠가 몸에 달라붙고 손끝에서는 피가 뛰는 듯한 생동감이 느껴졌다. 사방에서 귀뚜라미들이 울었고, 그 소리는 잠시 동안 그의 맥박 소리를 제외한 모든 소리를 삼켜버렸다.
“커피 준비됐어요, 손님.”
벨 가의 노예가 부드럽게 말하자, 그의 혈관 속에서 일던 작고 뜨거운 소용돌이가 사그라들었다. 그는 다른 남자들과 함께 안으로 들어갔고, 마당 쪽은 한 번 힐끗 보기만 했다. 흰 실루엣은 이미 사라졌지만, 그 부드럽고 따뜻한 공기 속에는 여운처럼 달콤한 기대가 남아 있었다.
한 시간쯤 후, 그는 숙소로 돌아가는 길을 걷고 있었다. 머릿속은 흐릿하게 뒤섞인 채, 옆에는 말없이 나란히 걷는 아버지가 있었다.
미리엄의 언니, 릴리언 벨 양은 그날 밤 마지막 순간, 반딧불이들 사이에서 윌리엄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짧고도 정숙한 키스였지만 분명한 입맞춤이었고, 두툼한 여름 공기에는 커피와 잘 익은 딸기의 맛이 배어 있었다. 비록 항구에서 풍겨오는 눅눅한 냄새가 주위를 감싸고 있었지만 말이다.
“리처드슨 대위가 자네에게 한 제안 이야기를 들었네,”
아버지가 무심한 어조로 말했다. “어떻게 생각하나?”
“모르겠습니다.”
윌리엄도 똑같이 무심하게 대답했다. “부대원들이야 그리울 테지만…”
벨 부인은 그에게 이번 주 후반에 차 마시러 다시 오라고 권했었다.
“군인의 삶에서 영원한 건 없지.”
아버지는 고개를 짧게 저으며 말했다. “내가 미리 경고했지.”
윌리엄은 짧게 으르렁거리듯 동의했지만, 사실 그의 생각은 다른 데 가 있었다.
“승진할 수 있는 좋은 기회지.”
아버지가 무심한 듯 말을 이었다. “물론 위험이 따르긴 하지만.”
“뭐라고요?”
윌리엄은 들으면서 코웃음을 쳤다. “윌밍턴에서 뉴욕으로 배 타러 간다고요? 거의 도로가 연결돼 있잖아요.”
“대륙군도 꽤나 그 도로 위에 있다는 건 알고 있겠지.”
존 경이 지적했다. “워싱턴 장군의 전군이 필라델피아 이쪽에 있다는 게 요즘 들려오는 소식이라네.”
윌리엄은 어깨를 으쓱했다.
“리처드슨은 내가 이 지역 지리에 익숙하다는 이유로 나를 선택했다고 했어요. 길이 없어도 나는 충분히 갈 수 있습니다.”
“확실하냐? 너 버지니아에 간 건 거의 4년 전이잖니.”
그 의심스러운 어조가 윌리엄을 짜증 나게 했다.
“제가 길도 못 찾는다고 생각하세요?”
“그런 건 아니지,” 아버지는 말했지만, 목소리엔 여전히 의심이 묻어 있었다. “하지만 이 일은 적잖은 위험을 안고 있다. 충분히 생각하지 않고 덤볐다가 다치는 건 보고 싶지 않다.”
“충분히 생각했어요.”
윌리엄은 상처 입은 듯 딱 잘라 말했다. “하겠습니다.”
존 경은 몇 걸음 동안 조용히 걷다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네 결정이니라, 윌리.” 그는 부드럽게 말했다. “다만 조심해줬으면 고맙겠구나.”
그 말에 윌리엄의 짜증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당연히 조심하죠.” 그는 낮고 투박하게 대답했다.
그들은 말없이 단풍나무와 히코리나무가 어우러진 어두운 길 아래를 걸었다. 말없이 나란히 걸었고, 어깨가 가끔씩 부딪혔다.
여관 앞에 다다르자 윌리엄은 존 경에게 인사를 하고, 바로 숙소로 돌아가지 않았다. 대신 그는 부두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마음이 뒤숭숭하고, 잠들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썰물이 한창 빠진 참이었다. 죽은 물고기와 썩은 해초 냄새가 짙었고, 진흙이 드러난 갯벌 위로는 아직도 잔잔한 물결이 얇게 퍼져 있었다. 달빛은 4분의 1쯤 된 초승달빛이었다.
말뚝을 찾는 데는 시간이 좀 걸렸다. 잠깐 동안은 사라진 줄 알았지만—아니었다. 저기 있었다. 물결 위에 어슴푸레한 실루엣으로 드러난 가느다란 어둠의 선. 텅 비어 있었다.
그 말뚝은 더 이상 똑바로 서 있지 않았고, 심하게 기울어져 있었다. 마치 당장이라도 무너질 듯한 자세였고, 그 끝에서 느슨한 밧줄 하나가 조용히 물 위에 떠 있었다. 마치 교수형 밧줄처럼 느껴졌다.
윌리엄은 설명할 수 없는 불쾌한 불안감을 느꼈다. 썰물이 빠졌다고 해서 몸 전체가 사라지진 않았을 것이다. 이곳엔 악어가 있다는 소문도 있었지만, 그는 직접 본 적은 없었다. 그는 본능적으로 발밑의 물가를 내려다보았다. 갑자기 무엇인가가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공기는 여전히 따뜻했지만, 윌리엄의 몸을 한기 하나가 스쳐 지나갔다.
그는 고개를 가볍게 흔들어 감정을 털어내고, 숙소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출발까지는 하루 이틀 시간이 있을 것이다. 그는 다시 한 번, 파란 눈을 가진 맥켄지 부인을 떠올렸다. 그 여인을 떠나기 전에 다시 볼 수 있을까?
존 경은 여관의 베란다에 잠시 머물렀다.
그는 나무 그늘 속으로 사라지는 아들의 뒷모습을 지켜보며 생각에 잠겼다.
조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계획은 자신이 원하던 만큼 충분히 숙고되지 않은 채 추진된 것 같았다. 하지만 윌리엄의 능력을 믿고 있기도 했다.
군인의 삶이란 언제나 위험이 따르기 마련이었다. 다만, 어떤 위험은 그보다 더 크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는 여관 안에서 들려오는 선술집의 왁자지껄한 대화를 들으며 잠시 망설였지만, 오늘은 더 이상 사람들과 어울릴 마음이 없었다. 더위에 갇힌 다락방 천장 아래서 뒤척이며 밤을 보내는 것보다는 몸이 지쳐 쓰러질 때까지 걷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단지 더위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는 스스로를 잘 알았다. 겉보기엔 계획이 성공적이라 해도, 그는 그것을 끊임없이 되씹고 약점을 찾고 개선할 방법을 고민할 것이 분명했다. 어쨌든 윌리엄이 당장 떠나는 것은 아니니, 계획을 조정하거나 수정할 시간은 약간 있었다.
하우 형제—한 명은 장군, 한 명은 제독—는 거칠기로 유명한 인물들이었다. 둘 다 발정 난 멧돼지처럼 행동했으며, 태도도 외모도 심지어 체취까지도 그에 걸맞았다. 그렇다고 둘이 어리석은 인물은 아니었다—하느님도 아시겠지만, 겁쟁이도 아니었다. 존 그레이 경이 보기엔, 윌리는 그런 조악한 예절이나 거친 말쯤은 충분히 견뎌낼 수 있는 인물이었다.
그리고 바닥에 침을 뱉는 지휘관이라 해도—리처드 하우는 한 번은 그레이 경 자신에게 침을 뱉은 적도 있었다. 물론 그건 대부분 우연이었고, 바람이 갑자기 방향을 바꾼 탓이었다—그런 인물이 젊은 부관에게는 오히려 다른 어떤 고상한 장교들보다 상대하기 쉬운 경우도 있었다.
칼을 들고 형제처럼 싸우는 군인들 중 가장 기이한 자들이라도, 외교관보다는 나았다.
그레이 경은 문득, 외교관 무리를 일컫는 집합 명사가 뭘까 하는 쓸데없는 생각에 잠겼다. 작가들이 ‘펜의 형제단’이고, 여우 떼를 ‘스컬크(skulk)’라고 부르듯이 말이다.
외교관이라면… ‘찌르기의 형제단’? 아니면 ‘단검의 형제들’? 아니다, 그건 너무 직접적이다. ‘외교관의 아편(opiate)’ 정도가 어울리려나. 혹은 ‘지루함의 형제단’?
하지만, 지루하지 않은 자들은 가끔 꽤 위험했다.
그 중에서도 조지 저메인 경은 드문 유형에 속했다—지루하면서도 위험한 존재.
그는 답답하고 후텁지근한 자기 방으로 돌아가기 전, 피곤함에 지쳐 쓰러지길 바라며 한참이나 마을 거리를 걸었다. 하늘은 낮게 깔렸고 우중충했으며, 구름 사이에 번개가 번득였고 공기는 목욕 스펀지처럼 눅눅했다. 지금쯤이면 벌써 올버니에 도착했어야 했다—거기도 습하고 벌레가 많긴 하지만, 훨씬 서늘했고, 애디론댁의 짙고 달콤한 숲 근처였으니까.
그래도 그는 윌밍턴까지 급히 내려온 일을 후회하지 않았다. 윌리의 상황은 정리되었고, 그게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그리고 윌리의 여동생, 브리아나—
그는 그 자리에서 걸음을 멈추고, 눈을 감았다. 그날 오후, 둘이 함께 있는 모습을 본 그 짧은 순간—그들의 유일한 만남이 될 그 순간—그는 경외심과 가슴 아픔이 뒤섞인 감정을 온몸으로 느꼈다.
숨이 막힐 만큼, 그는 눈을 떼지 못했다.
두 사람 모두 키가 크고, 당당하며, 아름답고 강인한 얼굴—서로 너무 닮았고, 동시에… 그들 곁에 함께 서 있었던 그 남자, 움직이지 않은 채 서 있었던 그 사내—하지만 그레이와는 달리, 큰 숨을 헐떡이며 마치 다시는 숨 쉴 수 없을 것처럼 공기를 들이마시고 있던 제이미 프레이저.
그레이는 전장에서도 수많은 남자들이 죽는 모습을 봐 왔다. 대부분은 원치 않게, 때로는 체념 속에서.
하지만 그날, 그 눈빛 속에서 그는 처음으로, 순수하고도 격렬한 감사로 가득 찬 죽음을 목격했다.
그레이는 로저 맥켄지를 잘 알진 못했지만, 그 남자가 평범한 인물은 아니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저토록 대담하고도 위험한 여인과 결혼만 한 것이 아니라, 아이들까지 낳았다는 점에서 말이다.
그레이는 고개를 저으며 발길을 돌려 여관 쪽으로 향했다.
조금 더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이다.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저메인 경의 편지에 대한 답장을 이주쯤 늦춰도 무방하리라. 사실 그는 그 편지를 외교 문서 주머니에서 살짝 빼낸 것이었고, 윌리엄의 이름이 쓰여 있는 걸 보자마자 그렇게 했다.
그때쯤이면 그는 이렇게 답할 수 있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편지를 받았을 무렵에는, 엘스미어 경이 이미 노스캐롤라이나와 뉴욕 사이의 황야 어딘가에 있었기에, 본국 소환 명령을 전달할 수 없었다고.
물론, 엘스미어 경 본인은 본인의 하우 장군 참모 발령 기회를 놓친 걸 “크게 유감스러워할 것”이라 확신한다는 덧붙임과 함께.
몇 달 뒤에 그 사실을 알게 되겠지만.
유감이로군.
그는 ‘릴리불레로(Lillibulero)’를 휘파람으로 불며, 기분 좋게 여관으로 향했다.
여관의 선술집에 도착하자 그는 와인 한 병을 방으로 올려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바텐더 아가씨는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그 신사 분께서 벌써 방으로 가져가셨어요.”
“그리고 잔도 두 개요.” 그녀는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니까 전부 혼자 마시려던 건 아닌 것 같던데요.”
그레이는 등줄기를 따라 지네 한 마리가 기어가는 듯한 섬뜩한 감각을 느꼈다.
“실례합니다만,” 그는 조심스레 말했다. “제 방에 누가 있다고 하셨죠?”
“네, 손님.” 그녀는 확신에 찬 어조로 대답했다. “아주 오래된 친구라면서요… 이름도 말해주긴 했는데…”
그녀는 잠시 이마를 찌푸리다가 곧 밝게 웃었다.
“보쇼, 혹은 뭐 그런 이름이었어요. 불어 같은 이름이었고, 말투도 좀 프랑스풍이었죠. 식사는 따로 드릴까요?”
“괜찮습니다.”
그레이는 손을 들어 그녀를 물리고, 곧장 위층으로 올라갔다.
혹시 방 안에 남겨둔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 있었던가. 그는 급히 머릿속을 굴렸다.
프랑스 이름, 보쇼…
보샹(Beauchamp).
그 이름이 불꽃처럼 그의 머릿속을 스쳤다.
그는 계단 중간에서 순간 멈춰 섰다가, 다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설마… 그럴 리는 없지만. 그렇다면 또 누가 있단 말인가?
그는 몇 년 전 현역에서 물러난 이후, 영국의 블랙 챔버—유럽 각국 정부 간에 오가는 외교 서신과 비공식 문서를 가로채고 해독하는 그림자 조직—에서 외교 경력을 시작했다.
그런 조직은 유럽 각국마다 존재했고, 직접 얼굴을 본 적은 없어도, 상대 조직의 사람들의 필적, 이니셜, 혹은 여백의 서명 없는 메모로 그 존재를 인지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었다.
보샹은 프랑스 요원들 중에서도 가장 활발히 활동하던 인물이었다. 그레이는 현역 시절 몇 차례 그의 흔적을 쫓은 적이 있었다. 이제는 블랙 챔버의 활동에서 손을 뗀 지 오래였지만, 그 이름만큼은 잊을 수 없었다. 자신이 보샹을 알고 있다면, 그 역시 자신을 알고 있을 가능성이 충분했다. 하지만 그들의 그늘 속 교류는 이미 오래전 일이었고, 한 번도 실제로 얼굴을 마주한 적은 없었다. 그런데 이곳에서 마주친다니...
그레이는 재킷 안쪽의 비밀 주머니를 가볍게 만져 보았다.
종이가 바스락거리는 감촉이 손끝에 느껴졌다. 다행이었다.
계단 끝에서 그는 잠시 멈칫했지만, 몸을 숨겨봐야 소용없다는 건 명백했다. 이미 그가 도착하길 기대하고 있었을 터였다. 그는 단호한 발걸음으로 복도를 걸어 문 앞에 섰다.
손끝에 닿는 하얀 도자기 손잡이는 부드럽고 차가웠다.
문을 열자, 뜨거운 열기가 파도처럼 몰려와 그를 휘감았다. 그는 숨을 들이쉬며 헉 하고 숨이 막혔다. 다행히도 그 반사적인 숨 들이킴이, 순간 튀어나오려던 신성모독을 삼키게 했다.
방 안의 의자에 앉아 있는 사내는, 정말이지 프랑스풍이었다.
눈처럼 흰 레이스가 목과 소매에 풍성히 달린 옷은 재단이 훌륭했고, 구두엔 은빛 버클이 박혀 있었으며, 관자놀이에는 은빛 머리카락이 반짝였다.
“미스터 보샹.”
그레이는 문을 조용히 닫으며 말했다.
축축한 셔츠가 몸에 들러붙었고, 관자놀이에선 맥박이 두근거렸다.
“상당히 불리한 상황에서 뵙는 것 같군요.”
퍼서비어런스 웨인라이트는 아주 미묘하게 미소 지었다.
“오랜만이야, 존.” 그가 말했다.
그레이는 무심코 튀어나올 말을 막기 위해 혀를 깨물었다.
그가 지금 무슨 말을 하든, 거의 모든 게 ‘부적절한 발언’이 될 가능성이 컸다.
‘안녕하십니까’ 정도를 제외하면 말이다.
“안녕하십니까.”
그는 조심스럽게 인사했다. 그리고 눈썹을 들어 물음표를 그렸다.
“몽시외 보샹?”
“그렇지.”
퍼시—퍼서비어런스 웨인라이트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날 듯 자세를 고쳤다. 하지만 그레이는 손을 들어 그를 앉히고는, 자신은 방 한편에 놓인 스툴을 꺼내 들었다.
그 짧은 움직임 동안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지만,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그는 다시 시간을 벌기 위해 창문을 열었다.
두어 번, 끈적하고 눅눅한 공기를 깊이 들이마셨다.
그리고 나서야 겨우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그 일이 어떻게 벌어진 건가?”
그레이는 태연한 척하며 물었다. “보샹 말이야. 가명인가?”
“아니야.”
퍼시는 레이스가 달린 손수건을 들어 이마에 맺힌 땀을 살짝 닦았다.
그레이는 그의 이마선이 약간 벗겨지고 있다는 사실을 흘끗 눈여겨봤다.
“아망딘 남작의 자매 중 한 명과 결혼했거든. 그 집안의 성이 보샹이라 내가 받아들인 거지. 그 결혼이 정계에 진출할 발판이 되었고….”
그는 어깨를 가볍게 으쓱이며 우아한 손짓으로 자신의 블랙 챔버 경력—그리고 그레이가 보기엔 그보다 훨씬 더 많은 것들까지—를 대충 포괄했다.
“결혼을 축하하지.”
그레이는 목소리에서 빈정거림을 굳이 감추지 않았다.
“자네는 지금 누구와 자고 있나? 남작인가, 아니면 그의 여동생인가?”
퍼시는 재미있다는 듯 웃었다.
“둘 다. 가끔씩은.”
“같이?”
웃음은 더 커졌다.
그의 이가 여전히 멀쩡하다는 걸 그레이는 확인했다. 다만 와인으로 인해 약간 착색돼 있긴 했다.
“가끔은. 하지만 내 아내, 세실은 사촌 루시안의 손길을 더 좋아하고, 나는 정원사 보조의 손길을 더 좋아하지. 이름은 에밀. 아주 멋진 친구야. 자네를 떠올리게 해. 젊었을 때 말이지. 날렵하고, 금발에, 근육질에, 거칠고…”
그레이는 스스로 놀랄 만큼 웃음이 치밀어 오르는 걸 느꼈다.
하지만 꾹 눌러 담고, 건조하게 말했다.
“참으로 프랑스적이군. 자네한테 딱 어울리지. 그래서 뭘 원하지?”
“내가 원하는 것보다, 자네가 뭘 원하는지가 문제겠지.”
퍼시는 아직 와인을 마시지 않고 있었지만, 병을 들어 조심스럽게 잔에 따랐다.
짙은 와인이 잔 속으로 흐르며 어둡게 일렁였다.
“아니면 이렇게 말해야 할까—영국이 뭘 원하는지. 자네처럼 나라와 자신을 뗄 수 없는 인물은 흔치 않으니까. 사실 나는 자네가 늘… 영국 그 자체처럼 느껴졌어, 존.”
그레이는 그가 자신의 이름을 그렇게 부르는 걸 당장 금하고 싶었다.
하지만 금지하면 오히려 그들 사이의 옛 정사를 더욱 상기시키는 꼴이었다.
당연히 퍼시의 의도도 그랬을 것이다.
그레이는 무시하는 편을 택했고, 와인을 한 모금 마셨다.
와인은 제법 괜찮았다. 다만 지금 이 순간, 자신이 이 와인을 어떤 대가로 마시고 있는지 의심스러웠다.
“영국이 원하는 것이라…”
그레이는 회의적인 어조로 되뇌었다.
“그래서 자네 생각에, 영국은 지금 뭘 원한다는 건가?”
퍼시는 와인을 한 모금 머금고, 음미하듯 천천히 삼켰다.
“그건 비밀이라기엔 좀 진부하잖아, 그레이.”
그레이는 한숨을 쉬며 눈빛으로 그를 압박했다.
“‘독립 선언문’을 봤나?”
퍼시가 물었다. 그는 몸을 돌려 의자 뒤에 걸쳐둔 가죽 가방에서 서류 뭉치를 꺼내 그레이에게 건넸다.
그레이는 그 문서를 본 적은 없었지만, 이미 소문으로 많이 들은 상태였다. 불과 2주 전, 필라델피아에서 인쇄된 것이었지만, 그 복사본은 마치 민들레 씨앗처럼 식민지 전역에 퍼져 있었다.
퍼시를 힐끔 쳐다본 후, 그는 종이를 펼쳐 빠르게 훑었다.
“국왕이 폭군이라고?”
그레이는 웃음 반, 기가 막힘 반으로 말했다.
문서 속의 극단적인 표현 몇몇은 실로 어이가 없었다.
그는 종이를 다시 접어 테이블 위에 던졌다.
“자네가 영국이 나라면, 이 대화에선 자네가 곧 프랑스인가?”
“나는 프랑스 내의 특정 이해관계를 대변하고 있어.”
퍼시는 무심한 듯 말했다. “그리고 캐나다도.”
그 말에 그레이는 작지만 확실한 경고음을 들었다.
그는 울프 장군과 함께 캐나다에서 싸운 경험이 있었고, 그 전쟁으로 프랑스가 북미 영토 대부분을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오하이오 계곡에서 퀘벡에 이르기까지 북부 지역에서는 강력한 세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지금 이 시점에서 그들이 문제를 일으킬 수 있을까?
글쎄, 가능성은 낮다고 보았지만—프랑스도, 퍼시도—무슨 짓을 해도 이상할 건 없었다.
“영국은 이 터무니없는 소란이 빠르게 끝나길 바라고 있지.”
퍼시는 손을 흔들어 테이블 위 선언문을 가리켰다.
“대륙군이라는 것도, 경험 없는 사람들의 느슨한 연합일 뿐이고, 각자 생각도 제각각이지. 만약 내가 자네에게, 워싱턴의 핵심 참모 중 한 명을 그 충성심에서 이탈시킬 수 있는 정보를 줄 수 있다면… 자네는 어떻게 하겠나?”
“만약 그렇다면 어쩌겠소?”
그레이는 전혀 감추지 않은 회의적인 어조로 대꾸했다.
“그게 프랑스—혹은 자네 개인의 이해관계에 무슨 도움이 되겠나? 두 가지가 꼭 일치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시간이 흘렀어도 자네의 타고난 냉소는 여전하군, 존.”
퍼시는 고개를 젖히며 한숨을 쉬었다.
“그게 자네 성격 중 가장 매력 없는 부분이라는 건, 예전에 말했었나 모르겠네.”
그레이는 눈을 약간 더 크게 치켜뜨며 대꾸 없이 그를 바라봤다.
퍼시는 작게 웃고는 말했다.
“영토야, 존. 노스웨스트 준주 말일세. 우리가 그걸 되찾길 원하지.”
그레이는 짧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겠지.”
그 준주는 오하이오강 북서쪽의 광대한 땅으로, 프렌치 인디언 전쟁이 끝난 후 프랑스로부터 영국에 할양된 지역이었다.
하지만 영국은 해당 지역에 실질적인 점령을 하지 않았고, 원주민들의 무장 저항과 조약 협상 때문에 식민지인들의 서부 진출을 막아왔다.
당연히 식민지인들은 불만이 많았다.
그레이는 그 지역 원주민들을 직접 만나본 적이 있었고, 영국 정부의 입장이 오히려 합리적이고 도덕적이라 생각했다.
“프랑스 상인들은 그 지역 원주민들과 오래된 교류가 있었지만, 자네들은 없지.”
“모피 무역 상인들이 자네가 대변한다는… 이해관계 중 일부인가?”
퍼시는 노골적인 미소를 지었다.
“주요한 이해관계는 아니지만, 일부긴 하지.”
그레이는 퍼시가 왜 자신을 찾아왔는지를 굳이 묻지 않았다.
겉보기엔 아무 영향력도 없는 은퇴 외교관이지만, 퍼시는 그레이 가문과 인맥의 위력을 과거의 관계를 통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몽시외 보샹’은 지금도 유럽 전역의 블랙 챔버로 흘러 들어가는 정보망을 통해 그레이의 현재 인맥도 충분히 파악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레이 자신은 이 일을 직접 추진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일을 조용히 알릴 수 있는 자리에 있었음은 분명했다.
그는 마치 몸의 모든 털이 전부 곤충의 더듬이처럼 쭈뼛 서는 느낌이었다.
위험의 기운이 뇌리에 울렸다.
“제안만으로는 부족하지.”
그는 냉정하게 말했다.
“적어도 그 참모가 누구인지, 이름은 들어야지.”
“그건 지금은 내 권한 밖일세. 하지만 선의의 협상이 시작되면…”
그레이는 벌써 이 제안을 누구에게 전해야 할지 머릿속으로 고민 중이었다.
저메인 경은 제외.
노스 경 쪽?
그건 조금 더 두고 볼 일이었다.
“그럼 자네의 사적인 이익은 뭔가?”
그는 날카롭게 물었다.
퍼시 웨인라이트라는 사내를 너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 일의 어딘가엔 반드시 그에게 개인적으로 이득이 되는 구석이 있을 것임을 알고 있었다.
“아, 그건 말이지.”
퍼시는 와인을 한 모금 마시고는, 잔 너머로 투명한 눈빛으로 그레이를 바라보았다.
“사실 아주 단순해. 내가 찾고 있는 남자가 있어. 자네 혹시, 제임스 프레이저라는 스코틀랜드 신사를 알고 있나?”
그 순간, 그레이는 손에 쥔 와인잔의 줄기가 ‘딱’ 하고 금이 가는 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그는 아무렇지 않은 듯 잔을 그대로 들고 있었고, 조심스럽게 와인을 한 모금 마셨다.
속으로는 하느님께 감사했다.
무엇보다, 자신이 퍼시에게 제이미 프레이저의 이름을 단 한 번도 말한 적이 없다는 점에.
그리고 둘째로, 프레이저가 오늘 오후 윌밍턴을 떠났다는 사실에.
“아니.”
그는 아주 침착하게 말했다.
“그 사람을 왜 찾는 거지?”
퍼시는 어깨를 으쓱이며 웃었다.
“그저 몇 가지 질문일 뿐이지.”
그레이는 손바닥의 상처에서 피가 서서히 배어나오는 걸 느꼈다. 금이 간 유리잔을 조심스레 부여잡은 채, 그는 남은 와인을 마저 들이켰다. 퍼시는 조용히 그와 함께 마셨다.
“부인을 잃은 것, 조의를 표하지.”
퍼시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가 어떤 분이셨는지는—”
“자넨 아무것도 몰라.”
그레이는 거칠게 말했다.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금이 간 유리잔을 테이블 위에 놓았다. 잔의 윗부분이 기울며 미친 듯이 흔들렸고, 와인의 찌꺼기가 잔 안을 뱅뱅 돌며 흘렀다.
“그 누구에 대해서도. 내 아내에 대해서도, 나에 대해서도.”
퍼시는 아주 미묘하게 어깨를 들어올렸다. 전형적인 갈리끄식 무표정.
‘그렇다면 좋을 대로.’
하지만 그의 눈빛은—그 빌어먹게도 여전히 아름다운, 깊고 부드러운 눈빛은—그레이를 향한 진심 어린 연민처럼 보였다.
그레이는 한숨을 쉬었다.
그 연민은 정말일지도 몰랐다. 퍼시는 결코 믿을 수 있는 인물이 아니었지만, 그가 저질렀던 일은 악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약함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감정이 없어서도 아니었다.
“…무엇을 원하는 거지?”
그는 다시 물었다.
“자네의 아들—”
퍼시가 입을 열자마자, 그레이는 벼락처럼 그를 낚아챘다.
그는 퍼시의 어깨를 강하게 움켜쥐었고, 퍼시는 날숨을 내쉬며 움찔했다.
그레이는 몸을 숙여 퍼시—아니, 보샹—의 얼굴을 가까이 들여다봤다.
숨결이 뺨에 닿을 정도로 가까웠고, 퍼시의 향수가 코끝을 스쳤다.
그는 지금 퍼시의 코트에 자신의 피를 묻히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자널 봤을 때,”
그레이는 낮고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자네 머리에 총알을 박지 않은 건 단 1인치의 거리 차이였어.
다시 그런 기회를 갖게 하지 마.”
그는 손을 놓고 곧장 일어섰다.
“내 아들에게서 떨어져. 나에게서도.
그리고 한 가지 충고하자면—프랑스로 돌아가. 되도록 빨리.”
그는 그대로 몸을 돌려 문을 세게 닫고 나갔다.
거리 중간쯤까지 내려와서야, 자기 방에 퍼시를 그대로 두고 나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젠장할.”
그레이는 낮게 중얼이며, 서전트 커터에게 하룻밤 신세를 지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내일 아침, 그는 프레이저 가족과 윌리엄이 무사히 윌밍턴을 떠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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