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ith's Holic

Chapter 2. IN WHICH WE MEET A GHOST 우리는 귀신을 만났다 본문

Outlander아웃랜더/4. Drums of Autumn

Chapter 2. IN WHICH WE MEET A GHOST 우리는 귀신을 만났다

페이쓰 2019. 9. 26. 13:16

기존에 올려드렸던 아웃랜더 시즌4 링크 글이 관리자 규제로 전부 삭제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이제는 넷플릭스에서 다 서비스되고 있는 중이라 더 이상 링크는 필요없을 것이라 판단됩니다.

(*) 정말 한참 걸려서 다음 편을 올립니다. 처음 번역을 시작하던 재작년의 저는 이때쯤이면 제가 5권도 번역을 끝마쳤을 줄 알았는데....ㅋㅋㅋㅋ정말 사람일은 모르는 거에요. 이번 편은 아예 원작을 드래그해서 끌고 온 다음에 지워가면서 번역했는데 바뀐 시스템 때문인지 제가 사전 창을 켤 때마다 자꾸 위에서부터 똑같은 내용이 번역이 되어서...나중에 가서 보니까 똑같은 내용이 한 스무 번 쯤 위에서부터 반복되었다가 끝나고...반복되었다가 끝나고...했네요ㅠㅠㅠ 사실 지금도 반복되는 내용이 있지는 않은지 확신이 안 드는데....도저히 수정할 여력이 없어요....

(**) 이번 편을 번역하면서 느낀 게 제가 참 많이 내려놓았구나ㅋㅋㅋㅋ3권을 번역할 때는 저도 번역 작업 자체가 처음이었고... 그만큼 욕심도 많았어요. 내가 모르는 내용이 나오면 어떻게든 문맥상 맞춰보려고 아등바등하고...우리 나라에서 흔히 쓰이지 않않는 관용구라거나 감탄사를 어떻게 해야 할까 참 고민을 많이 했는데 요즘은 그냥 Aye (이거 진짜 많이 나와요 오조오억번 나옴) 같은 감탄사는 그냥 영어로 써요ㅋㅋㅋㅋㅋ이건 뭐 생략하자니 그렇고 그렇다고 번역을 아, 아, 음, 이런 식으로 일일이 하기도 힘들고ㅠㅠㅠ 그리고 Christ, 이런 건 세상에, 어머나! 이런 감탄사 적인 뜻도 있는데 방금 한 Christ 가 다음 대사에 또 나오고 이러면 계속 주님만 찾게 되는////// 그래서 이것도 그냥 영어로 그냥 씁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람 이름은 사람 이름대로 진짜 할말이 참 많아요. 레오게르, 레어리도 그렇고 말살리, 마르살리도 그렇고.... 맥 듀를 맥 더프라고 대단히 정직한(?) 발음으로 적었던 것도 그렇고ㅋㅋㅋㅋㅋㅋ이게 참 어떤 식으로 살려야 좋을지 고민이 많이 되는 것 같아요. 근데 저는 제 작업물 속 내용이 마음에 듭니다. 이게 Marsali 라고 적힌 거랑 말살리라고 적힌 거랑 느낌이 참 다르잖아요. 발음이야 그렇다처도 한국어로 말.살.리. 이렇게 적으면 당췌 사람 이름 같지가 않아서 이입이 안되거든요ㅠㅠㅠㅠ

 

 

 

 

"열, 열하나, 열 둘... 그리고 둘, 여섯....1파운드, 6실링, 6펜스 그리고 2하딩이요!" 퍼거스가 호들갑스럽게 천 주머니에 마지막 동전을 떨어뜨리며 끈을 조이고는 제이미에게 넘겼다. "그리고 3개의 버튼이요," 그가 덧붙였다. "잔돈은 제가 갖고 있을게요," 그리고 그의 코트 옆을 두드렸다. 

"주인에게 우리 식사를 준비하라고는 말한거죠?" 제이미가 작은 주머니의 무게를 가늠하며 내게 물었다. 

"네," 내가 그를 안심시켰다. "나한테 4실링과 6펜스가 남아있어요, 퍼거스가 모은 것도 있고."

퍼거스가 겸손하게 웃어보였고, 사각형의 하얀 이빨이 술집 창문의 희미한 빛에 반짝였다.

"그럼 장례식에 필요한 충분한 돈이네요," 그가 말했다. "무슈 하예스를 지금 사제에게로 데려갈까요, 아니면 아침까지 기다릴까요?" 

제이미는 텅빈 마당 가장자리에 조용히 서있는 수레를 향해 얼굴을 찌푸렸다. 

"사제가 이 시간까지 깨있을 것 같진 않은데요," 그가 떠오르는 달을 향해 시선을 던지며 말했다. "그래도-"

"나라면 그를 우리와 함께 데려가지 않겠어요," 내가 말했다. "나쁘게 굴려는 건 아니지만," 내가 수레를 향해 사과하듯 덧붙였다. "하지만 만약 숲 속에서 잠을 잘 거라면... 그...냄새가..." 위력이 강한 것은 아니었지만, 태번의 연기낀 냄새가 사라지자 분명한 악취가 수레 인근에 선연했다. 그리 평화로운 죽음이 아니었고, 날도 뜨거웠다. 

"클레어 숙모 말이 맞아요," 이안이 눈에 띄지 않게 코 아래를 손으로 문지르며 말했다. "야생 동물의 관심을 끌어선 안되잖아요."

"여기 개빈을 두고갈 순 없어요!" 던컨이 그 생각에 깜짝 놀라 항의했다. "던컨을 수의를 입힌 채로 여관 계단에 눕혀놓고, 업둥이처럼 옷으로 말아놓는다구요?" 그는 깜짝 놀라 휘적거렸는데, 평상시의 조심스러운 태도에 술이 영향을 끼친 것 같았다. 

나는 제이미의 큰 입이 재밌다는 듯이 커지는 것을 보았다. 달이 그의 칼과 같은 콧선을 하얗게 비추었다. 

"아니지," 그가 말했다. "우린 그를 여기 두고가지 않을거야." 그는 희미한 철렁거리는 소리와 함께 작은 주머니를 손에서 손으로 던지고, 결정을 내린 뒤 코트 안에 넣었다. 

"우리가 직접 그를 묻자," 그가 말했다. "퍼거스, 저기 보이는 마구간에 가서 삽 하나만 아주 싸게 사올 수 있겠지?"

교회까지 가는 짧은 여행 동안 찰스턴의 고요한 거리 일반적인 장례 예절보다는 덜 위엄이 있는 느낌이었는데, 그 과정에서 장송을 반복하겠다는 던컨의 고집 때문에 더 그랬다. 

제이미는 천천히 말을 몰며 이따금 말들을 독려했다; 던컨은 옆에서 비틀거리며 거칠게 장송을 외며 말의 굴레끈을 움켜잡았고, 이안은 사고를 막기 위해 다른 쪽 끈을 들고 있었다. 퍼거스와 나는 침착한 존중 속에서 후방을 맡았고, 퍼거스는 그의 새로 구매한 삽을 앞에총 자세로 들고, 찰스턴의 평화를 방해한 죄로 우리가 밤을 새우게 될 거라는 무시무시한 가능성에 대해 중얼거리고 있었다. 

교회는 조용한 거리에 있었고, 가장 가까운 집에서 조차 꽤나 떨어진 거리였다. 이것은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피한다는 명목에서는 좋았지만, 그 대신 암흑을 비출 횃불이나 촛불 하나 없이 교회 마당이 위압적으로 어두웠다는 것을 의미했다. 

대문 위에는 거대한 목련 나무, 열기에 축 쳐진 가죽같은 잎사귀, 그리고 그늘과 낮 동안의 휴식을 제공하기 위한 것 같은 소나무의 경계가 밤에는 모든 달과 별빛을 차단하는 역할을 해 교회마당을 보다 더 검게....음....지하실처럼 만들었다. 

허공을 걸어가는 것은 마치 검은 벨벳 커튼을 옆으로 밀어버리고 태양의 열기를 받은 소나무에서 테레빈 유 향의 향수를 뿌린 것과 같은 느낌이었다; 끝없는 부드럽고 풍부한 공기의 층. 이 숨막히는 남쪽의 대기보다 하이랜드의 차가운 순도와 거리가 먼 것도 없을 것이다. 그래도 안개의 희미한 조각이 어두운 벽돌 벽 아래 걸려 있었고, 나는 제이미가 들려줬던 타나스크 이야기가 이렇게 생생하게 기억나지 않기를 바랐다. 

"장소를 찾아보자. 거기서 멈춰서 말들을 쥐고 있어, 던컨." 제이미가 수레의 좌석에서 미끄러져 내려와 내 팔을 잡았다. 

"어쩌면 벽 옆의 적당한 지점을 찾을 수 있을거야," 그가 나를 정문으로 향해 이끌며 말했다. "이안과 내가 당신이 빛을 비추는 동안 땅을 파고, 퍼거스가 경계를 보도록 하죠."

"던컨은요?" 내가 뒤쪽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는 괜찮을까요?" 그 스코트 남자는 지금 보이지 않았는데, 그의 크고 흐느적거리는 형상은 말과 수레를 포함한 커다란 덩어리 속으로 사라져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분명히 들을 수는 있었다. 

"그는 1등 문상객이에요," 제이미가 목소리에 웃음기를 담고 말했다. "머리 조심해요, 새서내크." 나는 자동적으로 낮은 목련나무 가지 아래로 수그렸다; 나는 제이미가 도대체 이 완전한 어둠 속에서 정말로 볼 수 있는 건지, 혹은 그저 본능으로 모든 것을 느끼는 건지 몰랐지만, 주변이 얼마나 어둡던 간에 그가 비틀대는 모습은 한번도 본 적이 없었다. 

"누군가 새로 생긴 무덤을 알아차릴 것 같다는 생각은 안들어요?" 무엇보다 교회 마당은 완전한 어둠이 아니었다; 목련 나무 아래에서 벗어나고 나면 나는 무덤 비석들의 흐릿한 형상을 볼 수 있었다. 실체가 없었지만 어둠 속에서 불길해보였고, 그 발치의 두꺼운 잔디에서 희미한 안개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돌들 사이를 뚫고 건너가자 발이 얼얼했다. 나는 이 은밀한 친입에 대한 무언의 비난이 파도처럼 아래로부터 밀려오는 것 같다고 느꼈다. 나는 묘비 위에 정강이를 찧고 그 주인에게 사과하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며 입술을 깨물었다. 

"그럴 거라고 생각해요," 제이미가 코트를 뒤지기 위해 내 팔을 놓았다. "하지만 만약 개빈을 묻는 데도 돈을 요구하는 사제라면, 그를 다시 파낼 것 같지도 않은걸요?" 

어린 이안이 어둠 속에서 내 팔꿈치 께로 나타나 나를 깜짝놀라게 했다. 

"북쪽 벽 옆에 빈 자리가 있어요, 제이미 삼촌," 그가 아무도 들을 사람 없다는 명백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작게 말했다. 그는 멈추어서 나를 가까이 끌었다. 

"여기는 너무 어둡지 않아요?" 소년은 심란한 듯 보였다. 그는 제이미나 퍼거스 만큼이나 술을 많이 마신 상태였지만, 알코올이 연장자들에게는 우울한 유머를 가져다 준 것 과는 달리 이안의 정신에는 보다 우울한 효과를 가져온 것이 틀림없어 보였다. 

"그렇구나. 그렇지만 내가 술집에서 초를 조금 가져왔단다; 기다려보렴." 제이미가 부싯돌과 양초를 찾는 동안 희미한 부스럭거림이 일었다. 

주위를 감싼 어둠은 내 자신을 마치 유령처럼 육체에서 벗어나도록 했다. 나는 하늘을 보고 두꺼운 공기 속에서 희미하게 보여 땅에 그 어떤 빛도 비추지 못하는 별들을 보았다. 그들은 그저 엄청난 거리와 무한한 한적함을 느끼게 하고 있었다. 

"꼭 부활절 전야 같네요," 제이미의 목소리는 부싯돌의 작게 긁는 소리와 함께 작게 들려왔다. "파리에 있는 노트르담에서 부활전야 미사를 한번 본 적이 있었죠. 조심하렴, 이안, 거기 돌이 있단다!" 쿵 소리와 함께 중첩된 신음이 이안이 돌을 늦게 발견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교회는 아주 어두웠어요," 제이미가 말을 이었다, "하지만 미사를 위해 온 사람들은 문가에 있던 노파에게서 작은 양초들을 사더군요. 꼭 이렇게 생긴" - 나는 하늘을 가리키는 그의 동작을 보다기보다는 느꼈다 - "머리 위의 거대한 공간이 침묵 만으로 가득차서, 모든 방향에 사람들이 가득차있었죠." 날은 후덥지근했으나, 나는 그 말에 나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그 행동은 우리 주위에 죽은 사람들의 환영을 불러일으켰다. 그들은 곧 부활할 것이란 기대에 조용히 몰려들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이 침묵과 관중을 견딜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한 바로 그때, 문가에서 사제의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Lumen Christi!'라고 그가 소리치자, 복사들이 그가 가져온 거대한 양초에 불을 붙혔죠. 그리고 그들은 자기 양초에 그 불을 옮기 다음, 복도를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신성한 양초에서 옮겨온 불을 붙여주면서."

나는 부싯돌에서 작은 섬광이 희미하게 빛을 발하는 그의 손을 볼 수 있었다. 

"그러자 교회는 수많은 작은 화염들로 살아있게됐죠, 하지만 어둠을 없앤 건 그 첫번째 촛불이었어요."

긁는 소리가 살아지고 그는 새로 피어난 불꽃을 손을 수그려 가렸다. 화염이 강해지고 아래에서부터 그의 얼굴을 밝히자 높은 광대뼈와 이마의 평면은 빛나고 눈의 깊게 들어간 궤도는 그늘졌다. 

그는 촛불을 옮겨 원석들 주위를 도는 것처럼 섬뜩한 무덤 표지를 조사했다. 

"Lumen Christi," 그가 십자가를 얹은 화강암 기둥 쪽으로 고개를 숙이며 작게 말했다, "et reguiescat in pace, amice." 

반쯤 울어대는 음성이 그의 목소리에 남았다; 그는 대단히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지만, 나는 어떤 지켜보는 존재가 없어진 것과 같은 기이한 안락함을 느꼈다.

이내 그가 내게 웃어보이며 촛대를 건넸다.

"횃불로 쓸 만한 나무를 찾아봐요, 새서내크," 그가 말했다, "이안과 나는 땅을 팔 테니."

나는 더 이상 긴장되지 않았지만 횃불을 들고 소나무 아래 서서 어린 이안과 제이미가 차례로 구덩이를 파며 그들의 벗은 등이 횃불에 땀으로 반짝이는 것을 보고 있자니 마치 도굴꾼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의대생들이 교회 마당에서 오래되지 않은 시체를 훔치려고 사람들을 고용하곤 했었죠," 내가 지침의 한숨을 내뱉으며 구멍 밖으로 몸을 내민 제이미에게 내 때묻은 손수건을 건네며 말했다. "그게 해부를 연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거든요."

"그랬다구요?" 제이미가 말했다. 그는 얼굴에서 땀을 닦으며 내게 빠르고 의미를 담은 시선을 보냈다. "아니면 지금 그런다구요?"

운이 좋게도 횃불이 있었지만 어둑해서 이안은 내 상기된 얼굴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이런 말 실수는 처음도 아니었고, 마지막이 될 것 같지도 않았지만, 대부분의 이런 소소한 일들은 기이한 시선에서 끝나고, 그들은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이 진실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법한 일이 아니었다.

"내 생각에는 지금 그러고 있을 것 같아요," 내가 인정했다. 나는 갓 나출되어 보존되지 못한 시체를 직면한다는 생각에 살며시 몸을 떨었다. 그 시체에서는 필시 훼손된 무덤에서 묻은 더러운 것들이 묻어있을 것이다.

스테인리스 스틸 위에 방부처리 되어 놓여진 시체들이라고 더 유쾌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 존재 방식의 형식성이란 죽음의 부패한 현실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두는 데 도움이 되었었다.

나는 코로 강하게 숨을 내뱉으며 악취가 없어졌다고 스스로 되뇌이고 상상하며 기억했다. 숨을 들이쉴 때면, 콧구멍으로 축축한 땅과 소나무 횃불에서 나는 뜨거운 역청, 그리고 보다 희미하고 차가운 머리 위 소나무에서 나는 생향기의 메아리로 가득했다. 

"그들은 교도소의 범죄자들과 거지들도 데려가요." 우리의 대화를 들은 것이 분명한 이안이 그 말을 이해하지는 못했더라도, 잠시 쉴 기회를 높치지 않으며 삽 위에 기대어서서 눈썹을 닦았다. 

"아빠가 전에 한번 말하신 적이 있었어요, 그가 체포되어서 그들이 그를 에딘버러로 데려가 툴부스 감옥에 가두었을때요. 세 명의 다른 남자들과 감방을 함께 썼는데 한 명이 너무 지독하게 기침을 해서 나머지가 밤낮으로 잠을 이룰 수 없었대요. 그러던 어느날 밤 기침이 멈춰서 그가 죽은 거죠. 하지만 아빠와 다른 사람들은 너무 피곤해서, 그의 영혼을 위해 기도하고는, 잠이 들 수 밖에 없었대요."

소년은 말을 멈추고 가려운 코를 비볐다. 

"아빠는 갑자기 누군가 다리를 움켜쥐고 또 다른 누군가가 팔을 잡고 들어올려 갑자기 깨어났대요. 발버둥을 치면서 소리치니까, 팔을 내민 자가 비명을 지르며 그를 떨어뜨려서 돌에 머리를 받았구요. 일어나서 정수리를 문지르며 앉아보니 병원에서 온 의사 한 명과 조수 두 명이 시체를 해부실로 가져가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대요."

그 기억을 회상하며 이안은 땀에 젖은 머리카락을 얼굴에서 닦아내며 활짝 웃었다.

"아빠는 그때 가장 무서울 사람이 누구인지, 자기인지 아니면 다른 사람을 잘못 가져가려고 한 사람인지 모르겠다고 하셨어요. 그렇지만 그 의사가 몹시 안타까운 것처럼 보였대요 - 아빠가 좀 더 흥미로운 표본이었을 거라고 생각했다나요, 다리가 한 쪽 없잖아요."

제이미가 어깨를 풀기 위해 팔을 활짝 펴며 웃었다. 얼굴과 상체는 붉은 흙으로 흔적이 젖고, 손수건으로 이마를 둥글게 감싸 머리를 뒤로 묶은 상태여서, 그는 마치 도굴꾼과 같이 비난받을 만한 몰골을 하고 있었다.

"아, 나도 그 이야기가 생각이 났단다," 그가 말했다 "이안은 그 일이 있은 뒤로 모든 의사는 악귀(Ghoul)라고 말했지, 그리고 난 그 말에 뭐라 할 말이 없었단다." 그가 나를 보고 씩 웃었다. 나는 의사였다 - 내 시대에는 외과의였지만, 이 곳에서 나는 약초 사용에 능숙한 현명한 여성에 지나지 않았다. 


"운이 좋게도, 나는 악귀를 전혀 무서워하지 않아서," 그가 말하고는 내게 짧게 키스하기 위해 몸을 숙였다. 그의 입술은 따뜻했고 에일의 맛이 났다. 나는 그의 가슴의 곱슬진 털에 맺힌 땀 방울들과, 희미한 빛 속에서 어둑하게 보이는 그의 젖꼭지를 볼 수 있었다. 추위와는 전혀 무관한 떨림이 내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렸다. 그도 이것을 보고 나와 눈을 마주쳤다. 그는 깊게 숨을 들이 쉬었고, 그 순간 나는 내 보디스가 꽉 끼는 것 같다고 의식했다. 그리고 땀으로 흠뻑 젖은 천에 젖가슴의 무게도 느껴졌다. 

제이미도 바지의 핏을 완화하기 위해 잡아당기며 몸을 살짝 움직였다. 

"빌어먹을," 그가 작게 말했다. 눈을 내리깔고 돌아선 그의 입에는 삐딱한 미소가 걸려있었다.

예상치는 못했지만 나는 완전히 인지했다. 갑작스럽게 솟구치는 욕정은 죽음의 존재에 대한 일방적인 반응이었다. 군인군인들은 전투가 끝난 후 소강상태에서 그것을 느낀다. 피와 투쟁을 하는 치료사들도 그렇다. 아마도 이안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의사들의 괴팍함에 대해 더 옳았던 것 같다.

제이미의 손이 내 등에 닿았고 나는 활활 타오르는 횃불에서 불꽃을 떨어뜨리며 깜짝 놀랐다. 그는 횃불을 내게서 빼앗아 근처 묘비 쪽으로 고갯짓했다.

"앉아요, 새서내크." 하고 그가 말했다. "당신은 그렇게 오래 서 있으면 안돼요."  나는 난파선에서 왼쪽 다리의 경골에 금이 갔고, 부상은 빠르게 나았지만 다리는 여전히 가끔 아팠다.

"난 괜찮아요." 그래도 나는 돌을 향해 움직이며 그를 만졌다. 그는 열을 발산했지만, 그의 벗은 살결은 감촉이 시원했고, 피부의 땀은 증발하고 있었다. 나는 그의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나는 그를 흘끗 쳐다보았고,  그를 만졌던 맨 살에 소름이 돋는 것을 보았다. 나는 갑자기 어둠 속으로 뛰어 들어 맨 땅과 뭉개진 풀 속에서 맹목적인 결합을 하고 싶다는 갑작스런 환상과 맞서 싸워 삼겼다. 

그가 내가 돌 위에 앉는 것을 돕는 동안 그의 손이 내 팔꿈치 위에 머물렀다. 롤로는 그 옆에 누워있었고, 그가 헐떡거리는 동안 횃불에 침이 반짝거렸다. 가느다란 노란 눈은 나를 향해 좁혀 있었다. 

"생각조차 하지 말아야 할거야," 내가 내 눈도 가느다랗게 뜨고 롤로에게 말했다, "나를 물면 네가 삼킬 수 있는 최대한도 까지 내 신발을 네 목구멍에 쑤셔 넣을 테야."

"우프!" 롤로가 작게 말했다. 그는 발바닥 위에 고개를 얹었지만, 작은 소리라도 잡아낼 준비가 된 털로 덮힌 귀는 쫑긋 서있었다. 

삽이 이안의 발 옆 땅에 부드럽게 놓였고, 그는 턱을 따라 검은 얼룩을 남기는 땀방울을 손바닥으로 훔쳐내며 자세를 바로 했다. 그는 깊게 숨을 뱉어내며 힘이 들다는 것을 보이려 입 밖으로 혀를 축 늘어뜨리고 제이미를 바라보았다. 

"그래, 그 정도면 충분히 깊은 것 같구나." 제이미가 말없이 애원하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럼 내가 개빈을 데려오지." 

퍼거스는 횃불에 날카로운 이목구비를 보이며 불안하게 얼굴을 찡그렸다.

"시체를 운반하는 데 도움이 필요하지 않으시겠어요?" 그 말은 마지못해 하는 것이 분명했지만; 그래도 그는 물어보았다. 제이미는 그에게 희미하고 씁쓸한 미소를 지어보냈다. 

"알아서 잘 할게," 그가 말했다. "개빈은 작은 체구였어. 그렇지만, 너도 함께 와서 옆에서 횃불을 비춰줄 수 있겠지."

"저도 갈래요, 삼촌!" 어린 이안이 급히 구덩이 밖으로 기어나왔고, 비쩍 마른 어깨는 땀으로 반짝거렸다. "삼촌이 도움이 필요할 때를 대비해서," 그가 숨가쁘게 덧붙였다. 

"어둠 속에 혼자 남는 게 두려워서?" 퍼거스가 놀리듯 물었다. 나는 주변 환경이 그를 불안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지금 그는 동생처럼 여기는 이안을 놀리고 있었는데, 보통은 이렇게 잔인하지 않았다. 

"응, 맞아." 이안이 짧게 말했다. "형은?"

퍼거스는 입을 벌렸고, 눈썹이 위로 아치를 그렸다가 다시 내려와 아무 말 없이 제이미가 사라진 검은 문 쪽으로 향했다. "여기 정말 끔찍한 장소라고 생각치 않으세요, 숙모?" 우리가 퍼거스의 횃불 깜박거림을 따라 줄 지은 돌들 사이를 뚫고 가는 동안 가깝게 붙어선 이안이 옆에서 불안하게 중얼거렸다. "제이미 삼촌이 해준 이야기가 계속 생각나요. 그리고 개빈이 죽었다고 생각하니, 그 차가운 시체가... 제 말은, 어쩌면 그가 여기로 올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가 이 질문을 하는 동안 위이잉거리는 소리가 귀를 관통했고, 나는 척추 아래쪽에서부터 얼음장같은 손가락이 나를 만진다고 느꼈다. 

"아니," 내가 약간은 지나칠 정도로 크게 말했다. 나는 그에게 의지가 된다기보다는 이안의 단단한 촉감을 확인이라도 하듯이 그의 팔을 잡았다. "절대 아니야." 

이안의 피부는 땀이 마르며 축축했지만, 내 손 아래 팔의 마른 근육은 안심되는 것이었다. 반쯤 희미하게 보이는 그의 윤곽은 내게 희미하게 제이미를 연상시켰다; 그는 숙부만큼이나 키가 컸고, 거의 비슷하게 힘이 셌지만 어린 나이로 인해 흐느적 거리고 보다 말랐다. 

우리는 퍼거스의 횃불에서 나오는 작은 빛 웅덩이를 감사하게 맞이했다. 깜박이는 빛이 수레 바퀴를 뚫고 비춰 먼지 속으로 거미줄처럼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길도 교회마당에 있는 것처럼 뜨거웠지만, 질식할 것 같은 나무에서 벗어나자 훨씬 더 숨 쉬기가 쉬웠고 공기도 더 자유롭게 느껴졌다. 

돌들 사이를 뚫고 건너가자 발이 얼얼했다. 나는 이 은밀한 친입에 대한 무언의 비난이 파도처럼 아래로부터 밀려오는 것 같다고 느꼈다. 나는 묘비 위에 정강이를 찧고 그 주인에게 사과하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며 입술을 깨물었다. 

놀랍게도 던컨은 아직 깨어있었고, 어깨를 귓가에 구부린채 졸린 부엉이처럼 수레 위로 늘어진채 자리잡고 있었다. 그는 작게 노래를 부르고 있다가 우리를 보고 멈췄다. 긴 기다림이 어느정도 그의 술을 깨게 한 것 같았다; 그는 수레에서 안정적으로 내려와 제이미를 돕기 위해 수레 뒤로 돌아갔다. 

나는 하품을 참았다. 이 멜랑꼴리한 먼지와 함께 해야하는 일들을 모두 끝내고 무더기로 깔린 잎사귀 침대라도 쉬러 갈 수 있다면 정말 기쁠 것 같았다. 

“Ifrinn an Diabhuil! A Dhia, thoir cobhair!”

“Sacrée Vierge!”

내 고개가 벌떡 끌어올려졌다. 모두가 소리를 치고 있었고 깜짝놀란 말들은 히힝거리며 미친듯이 발굽을 움직여 수레가 껑충 뛰며 술에 취한 딱정벌레처럼 휘청거리게 했다. 

"Wuff!" 내 옆의 롤로가 말했다. 

"주님!" 이안이 눈을 부릅뜨고 수레를 보며 말했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나는 그가 바라보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비명을 질렀다. 수레 침대에서 창백한 형상이 튀어나와 수레가 흔들리고 있었다. 내가 보지 못한 찰나의 순간에 지옥의 문이 열린 것 같았다.

 롤로는 하반신을 경직시키고 울부짖는 소리를 내며, 제이미와 이안이 함께 내는 고함과 유령이 내지르는 끔찍한 비명과 동시에  어둠을 뚫고 달려들었다. 내 뒤에서는 퍼거스가 프랑스어로 무어라 저주하며 교회마당으로 다시 뛰러 들어가 어둠 속의 무덤 비석들을 헤집고 비틀거리며 충돌하는 소리가 들렸다. 

제이미가 횃불을 떨어뜨렸다; 불은 깜박거리며 먼지낀 길 위에서 칫칫거리는 소리를 내며 꺼질 것처럼 보였다.; 나는 무릎을 꿇고 그것을 잡고, 필사적으로 불을 살리기 위해 바람을 불었다. 

고함소리와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점점 커져서 나는 손에 횃불을 들고 일어났고, 이안이 흙먼지 속에서 롤로와 함께 씨름하며 먼지 구름 속에서 몸부림치는 희미한 형상들로부터 멀어지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았다. 

“Arrêtes espèce de cochon!”

퍼거스는 가지러 갔었던 삽을 휘두르며 어둠 속에서 튀어나왔다. 자신의 경고가 무시된 것을 발견한 그는 앞으로 나서더니 둔탁한 삽으로 침입자의 머리를 한손으로 내리쳤다! 그리고는 이안과 롤로 쪽으로 휙 몸을 돌렸다.

"너도 조용히 해!" 퍼거스는 삽으로 개를 위협하면서 개에게 말했다. "닥쳐, 더러운 짐승아, 그렇지 않으면 머리가 얼얼하게 만들어줄테니!" 


롤로는 내가 대충 "너랑 또 누구?"라고 해석한 표현을 하기 위해 인상적인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거렸지만, 이안은 롤로의 목에 팔을 감고 더 이상의 말을 막았다.

"어디서 온 걸까요?" 이안이 놀라 물었다. 

그는 롤로를 놓지 않고 쓰러진 형체를 살펴보려고 애쓰며 목을 움츠렸다.

"지옥에서," 퍼거스가 짧게 말했다. "그리고 내가 바로 그를 도로 그곳으로 보냈고 말이야." 그는 충격과 지침으로 떨고 있었다; 눈을 가리는 두꺼운 검은 머리 뭉치를 빗어내자 그의 갈고리에서 빛이 희미하게 빛났다.

"지옥에서가 아니라 교수대에서. 그를 몰라보겠어?"

제이미는 그의 발치에 먼지를 털며 천천히 일어섰다. 그는 힘들게 숨을 쉬고 있었고, 흙으로 얼룩졌지만 다치지는 않은 것 같았다. 그는 떨어진 손수건을 집어들고 얼굴을 닦으며 주위를 힐끗 돌아다보았다. "던컨은 어디 있지?"

"여기요, 맥 듀," 마차 앞쪽에서 퉁명스런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짐승들은 개빈을 처음으로 죽였고, 그가 되살아났다면 아주 화가 났었을거에요. 하지만," 그가 이어 덧붙였다. "전 아주 조금 놀랐을 뿐이에요." 그는 혐오어린 시선으로 땅 위의 그 모습을 바라보았고, 스키티쉬 말 한 마리의 목을 단단히 두드렸다. "아, 그는 그냥 바보같은 거지일 뿐이에요, luaidh, 이제 조용히 해 좀 , 응?"

나는 이안에게 횃불을 건네주고 무릎을 꿇고 우리 방문객의 부상을 살폈다. 심하지 않아 보였다; 남자는 이미 깨어나 고개를 흔들고 있었다. 제이미가 옳았다; 그는 그 날 일찍 교수형에서 달아난 사람이었다. 그는 젊고, 서른 살쯤 된 근육질의 건장한 체격이었으며, 그의 옅은 머리카락은 땀으로 얼룩덜룩하고 뻣뻣했다. 그에게서는 감옥의 냄새가 났고, 오랜 공포의 사향과도 같은 날카로운 냄새가 났다. 별로 놀랄 일은 아니었다. 

그는 신음하며 머리에 손을 가져다대고 횃불을 향해 눈을 가늘게 떴다. 

"당신 괜찮아요?" 내가 물었다. 

"친절하시군요, 마담, 전 곧 괜찮아질 겁니다." 그는 희미한 아일랜드 액센트를 썼고 작고 깊은 목소리였다. 

날카로운 이빨을 보이기에 충분할 정도로 윗 입술을 올리고 있던 롤로는 방문객의 겨드랑이에 코를 대고 훌쩍대다가 고개를 뒤로 젖히고 격렬하게 재채기했다. 사람들 사이에 작은 웃음이 번졌고, 잠시나마 긴장이 이완되었다. 

"언제부터 수레에 있었지?" 던컨이 물었다. 

"정오부터요." 남자는 어색하게 무릎으로 일어났지만 머리를 강타당한 충격으로 살짝 흔들렸다. 그는 다시 머리를 만지고 얼굴을 찌푸렸다. "오, 주님! 저 프랑스인이 불쌍한 늙은 개빈을 실은 직후부터 저 안에 들어가 있었습니다."

"그 전에는 어디있었는데요?" 이안이 물었다. 

"교수형 카트 아래에 숨어있었죠. 그들이 찾아보지 않을 유일한 장소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는 수고스럽게 몸을 일으켜 균형을 맞추기 위해 눈을 감았다 다시 떴다. 횃불에 얕은 바다의 색인 창백한 녹색이 비쳤다. 나는 바로 정면에서 깜박거리는 눈을 보고 제이미를 보았다. 남자는 머리를 조심하며 고개를 숙였다. 

"스테판 보넷입니다," 그는 인사로 손을 내밀 마음은 없어보였고, 제이미도 그랬다. 

"보넷 씨." 제이미가 조심스러운 무표정으로 마주 인사했다. 나는 제이미가 축축한 흙투성이 누더기만 입고 어떻게 위풍당당하게 보이는지 잘 몰랐지만 그는 그것을 잘 해냈다. 그는 방문객을 훑어보면서 자신의 외모를 낱낱이 살펴보았다.

보닛은 키가 크고 힘센 체격에 통가슴을 가진 시골 사람들이 '잘 생겼다'고 부르는 남자로, 그의 이목구비는 무겁지만 거친 미남이었다. 제이미보다 몇 인치 더 작은 그는 편안히 서서 균형을 잡은 채 두 주먹을 반쯤 쥐고 서 있었다.

코끝이 약간 비뚤어지고 입가에 작은 흉터가 있는 것으로 보아 싸움에는 낯설지 않았다. 작은 결함은 동물적 자성을 띤 전반적인 인상을 손상시키는 데 아무런 흠이 되지 않았다. 그는 여성을 쉽게 끌어들이는 그런 종류의 남자였다. 일부 여자들이겠지, 그가 내게 살펴보는 시선을 던질 때 내가 정정했다. 

"어떤 죄로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까, 보닛 씨?" 제이미가 물었다. 그는 느긋하게 서있었지만, 보넷을 세심하게 살펴보는는 조심성 있는 표정으로 서 있었다. 마치 수컷 개들이 싸울지 결정하기 전에 서로에게 귀를 뒤집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밀수"라고 보넷은 말했다.

제이미는 대답하지 않았지만 살짝 고개를 기울였다. 한쪽 눈썹이 탐색하듯 치켜올라갔다. 

"그리고 해적질이요." 보넷의 입 근처 근육이 뒤틀렸다; 미소를 지으려다 실패한 시도일까, 아니면 공포의 자연스런 떨림일까? 

"당신의 범죄행각 중에 누군가를 죽였다는 죄목도 있습니까, 보넷 씨?" 제이미의 얼굴은 살펴보는 눈빛을 제외하고는 무표정이었다. 다시 생각해봐, 그의 눈이 분명히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한번 더 생각하거나.

"그들이 나를 먼저 죽이려 한 경우가 아니고는요," 보넷이 대답했다. 거의 가벼울 정도의 어조로 쉽게 말했으나, 옆으로 쥔 주먹은 타이트하게 쥐어져 있었다. 

보넷이 아마 판사와 배심원을 마주하고 있는 것 같다는 기분을 느낄 것이며, 그는 분명 그들을 직접 만난 적이 있다는 생각이 갑자기 내게 들었다. 그는 우리 역시 근처의 주둔지 병사들을 마주치고 싶지 않다는 사실을 모를 것이다. 

제이미는 한참동안 보넷을 바라보다가, 깜박거리는 횃불을 그에게 가까이 들이대고는 고개를 끄덕이고 반 걸음 뒤로 물러났다. 

"가요, 그럼," 그가 작게 말했다. "우린 당신을 방해하지 않을테니."

보넷은 귀에 들리게 숨을 내쉬었다; 나는 큰 몸의 긴장이 풀리고, 값싼 리넨 셔츠 아래 어깨가 풀려내려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고맙습니다," 그가 말했다. 그는 한 손으로 얼굴을 문지르고 다시 숨을 들이쉬었다. 녹색 눈이 내게서 퍼거스에게로 다시 던컨에게로 움직였다. "하지만 어쩌면 절 도와주실 수도 있지 않을까요?" 

제이미의 말에 긴장을 푼 던컨이 놀람의 신음을 냈다. 

"당신을 돕는다고? 도둑을?" 

보넷의 머리가 던컨의 방향으로 기울였다. 그의 목에는 쇠사슬이 어두운 색 선으로 둘러져있어, 마치 어깨 위 몇 인치 위에 그의 잘린 머리가 떠있는 것 같은 기이한 인상을 주었다. 

"도와주십시오," 그가 다시 말했다. "오늘 밤 군인들이 올 겁니다 - 절 잡기 위해서요." 그는 수레를 향해 손짓했다. "당신들은 날 그들을 피하게 해줄 수 있습니다 - 그러겠다면요." 그는 제이미에게로 돌아서서 등을 경직시키고 어깨를 뻣뻣하게 폈다. "당신의 도움을 간청합니다, 역시 내 친구이기도 했던 개빈 하예스의 이름으로, 그리고 내 자신인 도둑으로서도." 

남자들은 이 말을 곱씹으며 한참동안 침묵 속에서 그를 관찰했다. 퍼거스는 답을 바라듯이 제이미를 바라보았다; 결정은 그의 것이었다. 

하지만 제이미는 길고 탐색하는 듯한 눈빛으로 보넷을 한참 보다가 던컨에게로 돌아섰다. 

"네 의견은 어때, 던컨?" 던컨은 제이미의 것과 같은 종류의 시선으로 보넷을 보다가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개빈을 위해서요," 그가 말하고는 묘지 대문을 향해 돌아섰다. 

"좋아, 그럼," 제이미가 말했다. 그는 한숨을 쉬고 귀 뒤로 풀려 내려온 한 뭉치의 머리카락을 밀었다. 

"우리가 개빈을 묻는 것을 도와주지," 그가 우리의 새로운 손님에게 말했다, "그리고 가는거야." 

1시간 뒤, 개빈의 묘지는 새로 다진 땅의 검은 직사각형 모양으로 주변 잔디의 색조와 대비되게 회색으로 삭막했다. 

"그의 이름을 새겨줘야 하는데," 제이미가 말했다. 그는 공들여 개빈의 이름 철자와 생년을 칼끝을 이용해 한 조각의 매끈한 돌 위에 새겼다. 나는 횃불에서 그을음을 문질러 각인된 철자 위로 조악하지만 읽을 수 있는 무덤 기록을 만들어냈고, 이안은 조약돌을 모아와 작은 돌무덤을 만들어 이것을 견고하게 생겼다. 작은 봉분 위로 제이미는 술집에서 그가 가져온 촛대를 조심스럽게 세웠다. 

잠시동안 모두가 어떻게 작별을 해야할지 모르는 상태로 한참동안 어색하게 무덤 앞에 서있었다. 제이미와 던컨은 아래를 바라보며 가까이 붙어 서 있었다. 그들은 컬로든 이후로 수많은 동료들의 마지막 환송을 했고, 빈도가 높아질 수록 형식은 간략해졌다. 

마침내 제이미가 마른 소나무 잔가지를 가져온 퍼거스에게 고갯짓해 건네받은 다음 내 횃불로 잔가지에 불을 붉히고 몸을 숙여 촛불의 심지에 가져다댔다. 

“Requiem aeternam dona ei, et lux perpetua luceat ei.…” 제이미가 작게 말했다. 

“영원한 휴식이 그에게 주어질 것이며, 끊임없이 계속되는 빛이 그를 비출 것이다. Eternal rest grant unto him, O God—and let perpetual light shine upon him.” 어린 이안이 작게 다시 말했는데, 횃불에 비친 그의 얼굴은 경건해보였다. 

아무말 없이, 우리는 돌아서 교회마당을 떠났다. 우리 뒤에서는 그 촛불이 평온하고 무거운 공기 속에서 텅빈 교회 안의 성체 램프처럼 깜박거림조차 없이 타들어갔다. 우리가 도시 벽 바깥의 군의 검문소에 도달했을 때 하늘에는 달이 높이 떠있었다. 반달에 불과했지만 우리 앞에 있는 수레 길의 뭉개진 자국을 따라 가기에는 충분히 밝았고, 그 길은 두 개의 수레가 나란히 따라갈 정도로 충분히 넓었다. 

우리는 사바나와 찰스톤 사이에서 여러 개의 그런 지점들을 마주쳤었고, 대부분은 우리가 조지아에서 얻은 통행증을 확인하기에는 너무나도 귀찮은 지루한 군인들이 손짓해서 지나가게 했었다. 그 검문소들은 대부분 밀수한 상품들과 이상한 하인이나 주인에게서 도망친 노예들을 잡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었다. 

더럽고 단정치 못했지만 우리는 대부분의 곳에서 주목을 피했다; 우리보다 나은 수준의 여행자들이 드문 정도였다. 퍼거스와 던컨은 불구였기 때문에 노예계약서를 받고 팔릴 수 없었고 (Indentured men), 제이미의 존재감은 의상을 초월했다; 낡아빠진 코트를 입건 아니건 간에, 누구도 그를 하인으로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오늘밤은 달랐다. 평소의 2명과는 달리 오늘밤 검문소에는 8명의 군인들이 있었고 그들은 모두 무장한 채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정지! 이름과 용무를 말하라!" 는 외침과 함께 머스켓 총이 달빛에 반짝였다. 내 얼굴에서 6인치 떨어진 곳에 랜턴하나가 등장해 잠시 동안 내 눈을 보이지 않게했다. 

"윌밍턴에 묵고 있는 제임스 프레이저, 내 가족들과 하인들과 함께요." 제이미의 목소리는 침착했고 코트 안에 통행증을 찾아 손을 뻗기 전에 내게 고삐를 건네는 그의 손은 안정되었다. 

나는 고개를 숙이고 피곤하고 무관심한 척 해보이려 애썼다. 정말로, 나는 피곤했다 - 길 위에 누워 잠들 수도 있을 정도였다. - 하지만 무관심과는 거리가 멀었다. 우리에게 교수대에서 도망친 포로를 찾기 위해 우리를 조사하는 걸까? 내가 생각했다. 땀 한 방울이 내 목 뒤를 따라 떨어져내렸다. 

"지나오면서 누가 길을 따라가는 것을 보지 못하셨습니다, sir?" 그 "sir" 소리는 약간 마지못하게 들렸다; 제이미의 코트와 내 가운의 누추함은 노란 랜턴 불빛 속에서도 숨겨지지 않았다. 

"마을에서 온 수레가 우리를 지나갔습니다; 여기서도 봤을 것 같군요," 제이미가 대답했다. 하사가 신음으로 대답하며 통행증을 세심하게 확인하고 기록된 사람 수와 맞는지 눈을 가늘게 뜨고 어둠 속에서 수를 헤아렸다. 

"어떤 물건들을 가지고 가십니까?" 그가 통행증을 다시 돌려주며 그의 부하들 중 하나에게 수레를 살펴보라는 동작을 취했다. 나는 나도 모르게 고삐를 바꿔쥐었고, 말들이 코웃음치며 고개를 흔들었다. 제이미의 발이 내 것과 맞붙었지만 그는 나를 바라보지 않았다. 

"작은 가정용품들이죠," 그가 여전히 침착하게 대답했다. "식량으로 쓸 사슴고기 반절과 소금 한자루입니다. 그리고 시체 하나요."

덮여져있던 수레에 손을 뻗던 군인이 갑작스럽게 멈췄다. 하사는 날카롭게 우리를 보았다. 

"뭐라고요?" 

제이미는 내게서 고삐를 받아들고 아무렇지도 않게 그의 손목에 휘감았다. 눈꼬리를 통해 나는 던컨이 어둑한 숲속을 향해 다가가는 것을 보았다; 퍼거스는 그의 소매치기 기술로 이미 시야에서 사라져있었다. 

"오늘 오후 교수형을 당한 남자의 시체요. 나와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나는 프랭클린 총독으로부터 그를 북쪽에 있는 친지에게 데려다줘도 좋다는 허가를 받았습니다. 그게 우리가 밤에 이동하는 이윱니다," 그가 확실하게 덧붙였다. 

"그렇군요." 하사가 랜턴을 더 가까이 대도록 동작을 취했다.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생각에 잠긴 눈길로 제이미를 한참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을 기억합니다," 그가 말했다. "마지막에 그를 불렀었죠. 그가 친구였습니까?" 

"예전에 알았었지요. 몇년 전에," 그가 대답했다. 하사는 제이미에게서 눈을 뗴지 않고 부하에게 고개로 가리켰다. 

"한번 보게, 그리스올드," 

아마 열넷 정도 되었을 법한 그리스올드는 그 명령이 흥미롭지 않다는 것이 역력해보였지만, 복종스럽게도 천으로 된 덮개를 움직이고 수레 안을 들여다보기 위해 랜턴을 들어올렸다. 나는 돌아보지 않기 위해 애를 썼다. 

가까운 말이 소리를 내며 고개를 흔들었다. 우리가 달아나려한다면 수레가 움직이기 위해 말을 다루는 데는 한참이 걸릴 것이다. 나는 내 뒤의 이안이 움직이는 소리를 들었다. 좌석 뒤에서 히코리 나무 몸둥이를 꺼내기 위함이었다. 

"예, 하사님, 시체입니다," 그리스올드가 보고했다. "장막에 싸인." 그는 안도의 한숨과 함께 천을 떨어뜨리고 콧구멍으로 세게 숨을 내쉬었다. 

"총검을 고정시켜서 한번 찔러봐," 하사가 여전히 제이미를 응시하며 말했다. 나는 작은 소리를 냈고, 하사의 시선이 내게로 옮겨왔다. 

"내 수레를 더럽히려하는 군요," 제이미가 거부했다. "뙤양볕에서 하루가 지난 시체인데 말입니까?"

하사가 즉각적으로 거절했다. "다리를 찔러봐, 어서, 그리스올드!" 

마지못한 기색이 역력한 채로 그리스올드는 총검을 고정시키고 발끝을 든 채로 서서 수레를 찌르기 시작했다. 내 뒤에서 이안이 작게 휘파람을 부르기 시작했다. 게일 곡조로 번역하자면 "아침이면 우리는 죽는다네," 였다. 나는 그의 센스가 아주 형편없다고 생각했다. 

"아닙니다, 하사님, 죽은 시체입니다." 그리스올드가 다시 제대로 서서 안심한 말투로 말했다. "오른쪽을 세게 찔렀지만 미동도 없습니다." 

"좋아, 그럼." 손을 움직여 어린 병사를 보낸 뒤 하사가 제이미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가시죠, 프레이저 씨. 하지만 미래에는 친구를 좀더 분별있게 사귀시길 충고드립니다."

나는 고삐를 쥔 제이미의 손이 하얗게 되는 것을 보았지만 그는 그저 몸을 바로 세우고 정중하게 모자를 벗어 고개를 숙였다. 그는 혀를 차고 말들을 날카롭게 다독여 떠나게 했고, 랜턴 불에 떠오르는 창백한 먼지 만이 남았다. 

빛 뒤에는 어둠이 더 거세어져서 나는 거의 아무 것도 볼 수 없었다. 밤이 우리를 감싸안았다. 나는 안전한 피난처를 찾은 사냥당한 동물의 안심을 느끼며 찌는 듯한 더위에도 불구하고 편하게 숨을 쉬었다. 

아무도 입을 열지 않은 채로 쿼터 마일 정도의 거리를 달렸다. 

"다쳤나요, 보넷 씨?" 이안이 수레 위에서만 겨우 들릴 정도의 큰 속삭임으로 말했다. 

"예, 그 개같은 놈이 내 허벅지를 찔렀습니다." 보넷의 목소리는 낮고 침착했다. "주님께 감사하게도 피가 천을 적시기 전에 떠났어요. 시체는 피를 흘리지 않잖습니까." 

"많이 다쳤나요? 내가 뒤로 가서 봐줄까요?" 내가 몸을 돌렸다. 보넷은 천 덮개를 밀고 일어나 앉아있어 어둠 속에서 희미한 형상으로 보였다. 

"아닙니다, 마담. 스타킹이 제 상처를 둥글게 감싸고 있어서 혼자서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제 생각엔." 야간 시력이 돌아오고 있었다; 나는 그가 상처를 수습하기 위해 고개를 숙임과 동시에 반짝이는 직모를 볼 수 있었다. 

"걸을 수 있습니까?" 제이미가 말들이 걷도록 속도를 늦췄고 우리의 손님을 조사하기 위해 몸을 돌렸다. 그의 어조가 적대적인 것은 아니었지만, 가능한 빨리 우리의 위험한 화물을 제거하길 바란다는 사실은 분명했다. 

"쉽진 않을 것 같군요. 미안합니다." 보넷 역시 제이미가 그가 빨리 사라지길 바란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힘겹게 수레에서 일어나 괜찮은 무릎을 짚고 자리에 꿇어앉았다. 그의 하체는 어둠 속에서 보이지 않았지만 아직 남아 있는 개빈의 시체의 희미한 냄새보다 더 날카로운 피냄새를 그에게서부터 맡을 수 있었다. 

"제안이 있습니다, 프레이저 씨. 3마일 내에 Ferry Trail Road 가 있습니다. 교차로에서 1마일을 지나 해안까지 이어지는 또 다른 길이지요. 마차 한대가 겨우 지나갈 만한 길이지만 갈 수 있습니다. 그 길을 따라가면 바다까지 이어지는 개울 가장자리가 나옵니다. 제 동료 몇이 이번 주내로 그곳에 정박할 겁니다; 제가 약간의 식량 일부를 베풀어주신다면 저는 그곳에서 안전하게 그들을 기다릴 수 있고 당신은 제 동료들과 마주치는 일 없이 갈 길을 갈 수 있겠지요." 

"동료요? 해적들 말인가요?" 이안의 목소리는 분명한 걱정의 기색을 담고 있었다. 스코틀랜드에서 해적을 마주칠 일은 없다보니 그는 열다섯살 나름의 낭만적인 분위기로 그런 사람들을 생각했다. 

"그건 네가 보는 관점에 달렸단다, 소년." 보넷이 즐거운 듯 말했다. "분명 캐롤리나의 주지사들은 그들을 그렇게 부르겠지; 하지만 윌밍턴과 찰스턴의 상인들은 아마 그들을 다르게 생각할걸." 

제이미가 짧게 코웃음쳤다. "밀수업자들이군요? 그렇다면 당신 동료들은 뭘 거래한다는 거요?"

"운반한 가치가 있는 위험이 따르는 물건이라면 뭐든지요." 보넷의 목소리에는 여전히 즐거움이 남아있었지만 이제는 약간의 시니컬함도 함께했다. "당신의 도움에 따른 약간의 보상을 원하시겠지요? 그것 역시 가능합니다." 

"원하지 않아요." 제이미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나는 개빈 하예스와 나 자신을 위해 당신을 구한거고, 그런 일에 대가를 바라지는 않습니다." 

"당신을 모욕하려는 의도는 없었습니다." 보넷의 머리가 우리를 향해 살짝 숙여졌다. 

"None taken (역; 영어권 표현에서 'no offense' 라는 표현에 대한 답변으로 모욕을 받지 않았다는 뜻의 관용구)," 제이미가 짧게 대답했다. 그는 고삐를 흔들어 손을 바꿔쥐었다. 

이 짧은 충동 이후로 대화는 종료되었지만 보넷은 여전히 우리 뒤에 무릎을 꿇고 앉은 채로 내 어깨 너머로 머리 위 어둑한 길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더 이상 군인들은 없었다; 바람에 휘날리는 잎 조차도 아무 움직임이 없었다. 아주 가끔 지나가는 야행성 새들의 가느다란 울음소리와 부엉이의 울부짖음을 제외하고는 그 어느 것도 여름 밤의 침묵을 방해하지 않았다. 

먼지 속에서 말들의 발굽이 되는 작은 규칙적인 리듬과 수레의 끽끽거리는 소리와 덜거덕거림이 나를 잠으로 이끌기 시작했다. 나는 바로 앉으려 애쓰며 길을 따라 이어지는 나무들의 검은 그림자를 지켜보고 있었지만, 점점 제이미를 향해 몸이 기울어지고 아무리 애를 써도 눈이 닫히는 것을 발견했다. 

제이미는 왼손으로 고삐를 옮겨쥐고 내 주위로 오른팔을 두르며 내가 그의 어깨에 기대 쉴 수 있도록 잡아당겼다. 늘 그렇듯이 나는 그를 만지면 안락함을 느꼈다. 나는 그의 코트의 먼지낀 천이 뺨에 눌리는 것을 느끼며 축 늘어졌다가, 바로 그 불안한 수면에 빠져들었는데, 누울 수 없었던 것과 완전한 탈진이 합쳐진 결과였다.

나는 한번 눈을 떠서 던컨 인스의 키가 크고 마른 몸이 깊은 생각에 잠긴 듯 고개를 숙이고 지칠 줄 모르는 시골남자의 보폭으로 수레 옆을 따라가 모습을 보았다. 이내 나는 다시 눈을 감았고, 그날의 기억들이 이제 막 시작하는 꿈 속의 조각들과 섞여 뛰어오르기 시작했다.  나는 거대한 스컹크가 술집 테이블 아래에서 잠을 자다가 깨어나서 "The Star-Spangled Banner," 의 코러스를 합창하는 모습을 보았고, 그 다음에는 출렁거리는 머리를 들어올리고 텅빈 눈으로 히죽 웃는 움직이는 시체의 모습을 보다가...나는 제이미가 부드럽게 나를 흔들고 나서야 깨어났다. 

"등을 대고 누워 자는게 좋겠어요, 새서내크," 그가 말했다. "잠에 너무 취해있군요. 이러다가 길로 떨어지겠어요." 

희미하게 동의하며 나는 좌석 뒤로 어색하게 기어올라 보넷과 자리를 바꾸고 어린 이안의 움크린 몸 옆에 자리를 잡았다. 

수레에서는 퀴퀴한 냄새 - 그리고 그 보다 더한 냄새- 가 났다. 이안은 거칠게 도축되어 사슴가죽으로 싸인 사슴고기를 베개로 삼은 상태였다. 롤로는 그보다 훨씬 더 상황이 나아 그의 털이 난 주둥이를 이안의 배 위에 편안하게 올려놓고 있었다. 나는 가죽으로 된 소금 가방을 택했다. 매끄러운 가죽이 뺨 아래에서 딱딱하게 느껴졌지만 냄새는 나지 않았다.  

수레 침대의 덜컹거리는 판자는 그 어떤 말로도 결코 편안하다고 할 수 없었지만, 마침내 몸을 쭉 뻗을 수 있다는 데서 오는 해방감이 너무도 기쁜 것이어서 나는 요철과 요동을 거의 느끼지 못했다. 나는 등을 대고 누워 남쪽 하늘에 빽빽하게 박힌 별들을 올려다보았다. Lumen Christi, 나는 생각했고, 개빈 하예스가 천국의 빛을 보며 집으로 가는 길을 안전하게 찾으리라는 생각에 위안을 받으며 다시 한번 빠르게 잠에 들었다. 

열기와 체력 소진이라는 담요에 휩싸인 채 내가 얼마나 잤는지 알 수 없었다. 나는 수레의 속도가 바뀌었을때 의식의 표면에서 헤엄치며 땀으로 흠뻑 젖은 채 깨어났다.

보넷과 제이미는 낮은 목소리로 대화 중이었는데, 처음 만난 사람들이라면 의례 사용하는 초반의 어색함이 없어진 가벼운 어조였다. 

"당신은 나를 가빈 하예쓰를 위해서 - 그리고 당신 자신을 위해서 구해줬다고 말했죠," 보넷이 말하고 있었다. 그의 목소리는 작았고 바퀴 소리 때문에 겨우 들릴 정도였다. "그 말이 무슨 뜻이죠, 제가 이런 질문을 해도 괜찮겠죠-?"

제이미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나는 그가 말하기 전에 거의 다시 잠에 들었지만, 그의 대답이 들려오자 따뜻하고 축축한 공기 속에 영혼이 몸에서 분리되어 떠있는 것만 같았다. 

"당신 어젯밤 잠을 많이 자지 못했겠죠, 내 생각엔? 오늘 무슨 일이 생길지 않고 있는 상태였잖습니까?" 

보넷의 커다란 웃음소리가 들렸는데, 완전한 즐거움에서 기인한 웃음은 아니었다. 

"아주 정확합니다," 그가 말했다. "그 기분을 빨리 잊을 수 있을 것 같진 않군요."

"나도 그렇습니다." 제이미가 말들에게 게일어로 작게 무어라 말했고, 말들이 속도를 늦췄다. "나도 전에 그런 밤을 겪은 적이 있었습니다. 내가 다가올 아침에 교수형에 처하리라는 것을 알면서. 그리고 나는 살았지요, 나를 구하기 위해 많은 위험을 감수한 사람 덕택에." 

 

"그렇군요," 보넷이 작게 말했다. "그럼 당신도 asgina ageli 인거군요?" 

"Aye? 그게 무슨 말입니까?" 

낙엽이 마차 옆을 긁고 문지르는 소리가 나더니 톡 쏘는 나무의 수액향이 갑자기 더 강해졌다. 무언가 가볍게 내 얼굴을 만졌다 - 머리 위에서 떨어진 낙엽이었다. 말들이 속도를 늦추었고 수레의 리듬이 눈에 띄게 변화되며 바퀴가 평평하지 않은 표면 위를 굴러갔다. 우리는 보넷이 말했던 개울로 이어지는 작은 길가에 접어들었다. 

"Asgina Ageli 는 붉은 야만인들이 쓰는 용어입니다 - 산에 사는 체로키 인디언이요; 내가 전에 한번 가이드해준 적이 있는 사람에게서 들었습니다. 그 뜻은 '절반의-유령,' 이라는 뜻으로 원래대로라면 죽었어야했지만 아직 지구 상에 남아있는 사람을 말합니다; 치명적인 병에서 살아남은 여자, 적에 손에 떨어졌다 도망친 남자와 같이. 그들은 Asgina Ageli 는 한 발은 땅에 한 발은 영적인 세계에 두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런 사람들은 영혼과 말을 할 수 있고, Nunnahee - 작은 사람들을 볼 수 있죠."

"작은 사람들이요? 요정같은 걸 말하는 겁니까?" 제이미는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뭐 그런 종류의 것이죠." 보넷이 몸을 움직이자 그의 움직임에 시트가 삐걱거렸다. "인디언들은 Nunnahee 가 산의 돌 안쪽에 살면서 전쟁 때나 다른 사악한 시기에 나와 사람들을 돕는다고 말하죠."

"그렇습니까? 스코틀랜드의 하이랜드에서 말하는 이야기와 비슷하군요, 그건 - Auld Folk 에 대한 이야기 말입니다."

"그렇죠." 보넷이 즐겁게 대답했다. "글쎄, 스코트 하이랜더들에게서 내가 들은 바에 의하면, 그들과 붉은 자들(체로키 인디언들)과 야만적인 걸로는 우열을 가릴 수 없습니다." 

"말도 안됩니다," 제이미가 그보다 더한 모욕은 없다는 듯이 말했다. "붉은 야만인들은 원수의 심장을 먹는다고 들었습니다. 나는 오트밀 패트리지를 더 좋은 식사로 선호한다구요."

보넷이 소리를 냈다가 급히 수습했다. 

"당신 하이랜더로군요? 음, 내 말은 야만인을 말한거였고 당신은 그냥 지나가는 시민같군요," 그가 제이미를 달랬다. 목소리에는 웃음이 서려있었다. 

"당신의 친절한 의견에 대단히 감사하군요," 제이미가 동등한 정중함으로 대답했다. 

그들의 목소리는 이내 바퀴의 리드미컬한 삐걱거림으로 흐려졌고 나는 더 이상의 대화를 듣기 전에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우리가 멈출 때에는 달이 나무들 위로 낮게 걸려있었다. 나는 어린 이안의 움직임에 깨어났는데, 그는 잠에 취해 제이미가 말들을 다루는 것을 돕기 위해 수레 가장자리로 기어오르고 있었다. 고개를 들고 내가 본 것은 진흙과 토사의 둑을 지나 넘쳐 흐르는 넓은 개울로, 근처 바위 위로 소용돌이치며 급류로 흐르는 물 줄기는 은빛을 담고 반짝이며 검게 빛나고 있었다. 일상적으로 신대륙을 비하하는 보넷은 그것을 개울이라고 불렀겠지만, 대부분의 뱃사람들은 그것을 꽤나 큰 강으로 간주할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남자들은 그림자 속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며 일상적인 단어들을 적게 중얼거리며 맡은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그들은 익숙치 않게도 느리게 움직였고 피로로 실체가 없어져 밤 속으로 사라질 것만 같았다.

"당신은 가서 잘만한 장소를 찾아봐요, 새서내크," 내가 막 수레에서 내리려고 할 찰나에 제이미가 나를 막으며 말했다. "난 가서 우리 손님이 잘 가는지 보고, 저 짐승들을 씻긴 다음 풀에다 눕혀야하니까요."

해가 진 이후로 기온은 그리 떨어지지 않았지만 물가 주변의 공기는 훨씬 더 신선해서 나는 스스로 살아나는 것을 느꼈다. 

"씻기 전에는 잠에 들 수 없을 것 같아요," 내가 젖가슴에서 젖은 보디스를 잡아당기며 말했다. "끔찍한 기분이에요." 내 머리는 땀으로 관자놀이에 달라붙어 있었고 살결은 끈적하고 간지러웠다. 어둑한 색의 물은 차갑고 반가워보였다. 제이미도 그의 주름진 스토크를 잡아당기며 갈망하는 눈빛을 던졌다. 

"그럴만도 하죠. 그렇지만 조심해야 해요; 보넷이 말하길 중류의 물은 케치(역;돛대가 두개인 범선) 가 뜰 수 있을 정도로 깊고 조류가 빠르다더군요; 거센 해류가 있을거에요."

"물가 근처에 있을게요." 내가 강 안에 작은 지점의 땅이 표시된 하류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곳의 버드나무가 달빛에 탁한 은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저기 작은 지점이 보여요? 아마 저기엔 얕은 웅덩이가 있을거에요."

"Aye. 조심해요, 그럼," 그가 다시 말하고는 나를 보내며 팔꿈치를 가볍게 쥐어짰다. 내가 돌아섬과 동시에 커다랗고 창백한 몸이 내 앞에 불쑥 나타났다; 우리의 손님으로 그의 바지 다리 한 쪽은 마른 피로 짙은 얼룩이 남아있었다. 

"Your servant, ma'am," 그가 다친 다리에도 불구하고 예의바르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이제 작별을 해야겠지요?" 그는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을 정도로 약간은 가까이 서있었고 나는 뒤로 물러나고 싶은 욕구를 억눌렀다. 

"그래야겠죠," 내가 말하고 뭉친 머리 뭉치를 뒤로 밀어넘기며 그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행운을 빌어요, 보넷 씨."

"그런 친절한 기원에 감사드립니다, 부인," 그가 부드럽게 대답했다. "하지만 제 경험상 남자는 자신의 운을 스스로 만들어 나가더군요. 좋은 밤 되십시오, 부인," 그는 다시 한번 고개를 숙인 뒤 둔탁하게 몸을 움직이며 마치 불구가 된 곰의 유령이라도 되는 것처럼 몸을 돌렸다. 

개울의 물 흐름은 평범한 밤의 소음을 모두 지웠다. 나는 물 위로 비치는 달빛 한 움큼을 통해 박쥐가 보기에는 너무도 작은 곤충을 쫓느라 눈을 깜박거리다 밤 속으로 사라지는 광경을 목격했다. 밤 속에 다른 무언가가 숨어있대도, 조용했다. 

제이미가 작게 신음했다. 

"글쎄요, 나도 남자들을 믿지는 않지만," 그가 내가 묻지도 않은 질문에 답하는 듯이 말했다. "내가 그저 마음이 약해졌길 바래야겠죠, 그리고 그를 돕는 게 바보같은 일이 아니었기를요."

"어찌됐든 당신은 그가 교수형을 당하게끔 내버려둘 수 없었을 거에요," 내가 말했다. 

"오, 그래요," 그가 그렇게 말해 나를 놀라게했다. 그는 내가 자신을 올려다보는 것을 느끼고는 미소를 지었는데 입꼬리가 비꼬듯이 뒤틀린 것이 어둠 속에서도 희미하게 보였다. 

"왕실은 죽일 사람을 항상 잘못 고르는 게 아니에요, 새서내크," 그가 말했다. "대부분의 경우 교수형을 당하는 사람들은 그럴 말한 사람들이에요. 그리고 난 내가 악당을 자유롭게 도와줬다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아요." 그가 어깨를 으쓱하고는 얼굴에서 머리카락을 치웠다. 

"좋아요, 다 끝났군요. 가서 목욕을 해요, 새서내크; 나도 최대한 빨리 갈테니."

나는 발끝으로 서서 그에게 키스를 했고, 그렇게 함으로써 그가 미소짓는 것을 느꼈다. 내 혀가 그의 입을 정교한 초대를 하듯 만졌고 그는 대답으로 내 아랫 입술을 가볍게 물었다. 

"아주 조금만 더 길게 깨어있을 수 있겠어요, 새서내크?" 

"될 수 있는 한 길게요," 내가 그에게 장담했다. "하지만 서둘러요, 그래야겠죠?" 

버드나무 아래에 지점 가장자리에는 두꺼운 풀이 많았다. 나는 천천히 옷을 벗으며 물에서 나는 바람이 슈미즈와 스타킹의 축축한 천을 뚫고 들어오는 감각을 즐겼다. 그리고 마침내 마지막 의복을 땅에 떨어뜨리는 최후의 자유를 즐기며 한밤 중에 나체로 옷을 벗었다. 

나는 천천히 물 안으로 들어갔다. 놀라울 정도로 시원했고- 차가웠으며 뜨거운 밤공기와는 대조되었다. 내 발 아래는 대부분 토사였지만 물가 근처에는 고운 모래도 깔려 있었다. 

 

그렇지만 조수가 있는 개울이어서 물이 신선하고 달콤한 상류와는 거리가 멀었다. 나는 물을 마시고 얼굴에 뿌리며 목과 코에 있는 먼지를 씻어냈다. 

나는 제이미가 깊이와 조류에 대해 말했던 경고를 유념하고 허벅지 중간까지만 몸을 담궜다. 낮의 어질어질한 열기와 밤의 질식할 것만 같은 포옹 이후에 맨살에 닿는 차가운 감각은 들뜰 정도로 기쁜 것이었다. 나는 차가운 물을 손 한가득 담고 내 머리와 젖가슴에 뿌렸다; 물방울들이 배를 타고 흘러내려와 다리 사이를 차갑게 간질였다. 

나는 들어오는 조수의 가벼운 밀침을 느낄 수 있었다. 내 종아리 사이를 부드럽게 밀쳐 내가 물가로 향하게끔 밀어뜨렸다. 그렇지만 아직은 들어갈 정도로 충분하지 않았다. 비누는 없었지만 무릎을 꿇고 깨끗하고 어두운 물에 머리를 헹구고 헹궜으며, 고운 모래를 손 가득 담아 피부가 얇고 반짝인다고 느껴질 때까지 내 몸을 문질렀다. 

마침내 나는 바위로 된 지층 위로 올라가 달빛 속의 인어처럼 나른하게 누워 내 차가운 몸에 위안처럼 다가오는 공기의 열기와 햇볕에 따뜻해진 돌의 감각을 느꼈다. 손가락으로 내 두툼한 곱슬머리를 빗어내리며 물 방울들을 흩뿌렸다. 젖은 돌에서는 먼지낀 얼얼한 비의 냄새가 났다. 

나는 매우 피곤했지만 동시에 아주 살아있는 것 같은 상태였는데, 반의식의 상태에서 생각이 느려지고 작은 육체적 감각들이 확대되어 있었다. 나는 맨발을 천천히 사암 바위 위로 움직여 가벼운 마찰을 즐기며 한 손을 내 허벅지 안쪽으로 가볍게 움직였고, 내 손길에 닭살이 솟아올랐다. 

달빛 아래 내 젖가슴이 솟아올랐다. 차가운 하얀 돔에 맑은 물방울들이 반짝거렸다. 나는 젖꼭지 한 쪽을 문질러 마치 마법처럼 그것이 천천히 뻗뻗해지는 것을 보았다.

꽤나 마법적인 장소라고, 나는 생각했다. 밤은 고요하고 조용했으며, 따뜻한 바다처럼 솟아오르는 나른한 분위기였다. 해안과 가까웠기 때문에 하늘은 깨끗했고 머리 위 별들은 다이아몬드처럼 빛나며 날카롭게 밝은 빛으로 불타오르고 있었다. 

희미한 섬광이 내가 개울 너머를 바라보게했다. 표면에서는 별빛의 희미한 반짝임이 거미줄에 걸린 불나방처럼 시선을 끄는 것 외에는 아무 움직임도 없었다. 

내가 보는 동안 거대한 머리가 개울 중앙 물로 뛰어들었고 물이 날카로운 주둥이에서부터 소용돌이쳤다. 롤로의 턱 안에 발버둥 치는 물고기 하나가 있었다; 그가 폭력적으로 고개를 흔들며 등을 물 때까지 비늘의 펄덕거림과 광채가 짧게 보였다. 거대한 개는 천천히 연안으로 헤엄치며 짧게 털을 털어내고 성큼성큼 걸었다. 그의 저녁 식사는 축 늘어진 채로 그의 턱에서 희미하게 일렁이고 있었다. 

그는 잠시 개울의 먼쪽 가장자리에서 잠시 멈춰 나를 보고 있었고, 그의 목 뒷 부분 털은 어두운 그림자의 형상에서 노란 눈과 반짝거리는 생선의 모습이었다. 원시인들의 그림과 같다고 나는 생각했다; 어쩌면 루소의 작품같기도, 뭉툭한 야생과 완전한 정적으로 대조되니까. 

이내 그 개는 사라졌고, 먼 연안에는 나무를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나무 뒤에는 어떤 것이 숨어있을 지도 몰랐다. 그렇다면 뭐가 숨어있을까? 나는 고민해보았다. 더 많은 나무들이겠지, 내 마음의 논리적인 부분이 대답했다. 

"아주 많겠지," 내가 그 미스테리한 어둠을 들여다보며 중얼거렸다. 문명 - 내가 성장하며 겪었던 가장 원시적인 곳이라 해도 - 은 대륙 가장자리에 있는 얇은 초승달에 지나지 않았다. 해안에서 200마일 떨어진 곳의 사람은 도시와 농장에 대해 아는 것이 전부다. 그리고, 3000마일 떨어진 곳의 사람이라면...어떨까? 완전한 야생과 위험. 모험 , 그리고 자유. 

결과적으로 이곳은 두려움에서 부터 자유롭고 기쁨으로 가득찬 신세계였고, 이제 제이미와 나는 우리 앞에 펼쳐진 모든 남은 인생 앞에서 함께였다. 이별과 비탄은 우리 뒤에 놓여있었다. 브리아나에 대한 생각조차도 그 어떤 끔찍한 후회도 가져오지 못했다 - 나는 브리아나가 대단히 그리웠으며 항상 그녀를 생각했지만 브리가 그녀의 시간대에서 안전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그 사실이 그녀의 부재를 견디기 쉽게 만들어주었다.

나는 돌 위로 누웠다. 낮에 쌓인 열기가 표면을 통해 내 몸으로 전달되며 살아있어서 행복하다는 느낌을 가져다주었다. 물방울들은 내가 보는 동안 젖가슴 위에서 마르고 있었는데, 한 줄기의 습기로 사라지고 있었다. 

각다귀의 작은 무리가 물 위에 떠있었다; 그것들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공기 중에서 그 각다귀를 잡기 위해 가끔씩 뛰어오르는 물고기들의 첨벙거리는 소리가 있었다. 

그 벌레들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전염병이었다. 나는 매일 아침 제이미의 피부를 세심하게 검사하면서 그의 몸 곳곳에서 탐욕스러운 진드기와 나무 벼룩을 집어내고, 으깬 페니로얄민트와 담배잎으로 만든 즙을 자유롭게 다른 남자들에게 부었다. 이것은 그들이 햇빛에 그을린 숲의 그림자에 걸린 게걸스러운 모기와 각다귀, 육식성의 벌레들 무리로부터 살아있을 수 있도록 했지만, 호기심 많은 벌레 떼가 그들의 귀, 눈, 코, 입에 대한 끊임없이 간지러운 문의로 그들을 미치게 하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 

기이하게도, 대다수의 벌레들은 나를 항상 내버려 두었다. 이안은 내 주변에 걸려 있는 허브의 강한 향이 그들을 쫓는 것이라고 했지만, 나는 그와는 달리 생각했다 - 내가 갓 씻었을 때조차, 벌레들은 나를 괴롭히고자 하는 욕구가 없었다. 

나는 이것이 내 추측에 따르자면 나를 추위와 이곳의 경미한 질병 대부분으로 부터 보호해준 진화적인 기이함의 징후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미생물과 같은 피에 굶주린 벌레들은 인간과 아주 가깝게 진화해왔었고, 그들의 숙주의 미묘한 화학적 신호에 민감했다. 다른 시간대에서 온 나는, 더 이상 같은 신호를 가지고 있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벌레들은 나를 먹이로 인식하지 못했다. 

"혹은 어쩌면 이안이 맞을지도 모르지, 내 냄새가 끔찍한 거야," 내가 소리내어 말했다. 나는 물 속에서 손가락을 찍어 내 바위 위에서 쉬고 있던 잠자리에게 한 줄기의 물방울을 떨어뜨렸다. 그 잠자리는 어둠에 색을 잃어 투명한 그림자로만 보였다. 

나는 제이미가 서두르길 바랐다. 그의 옆에서 수레를 타고 몇 일을 이동하며, 그가 마차를 끌 때마다 그의 몸의 미묘한 움직임을 지켜보고 그가 말하고 미소지을 때마다 그의 얼굴 각도에 다르게 비치는 빛들을 바라보는 것은 내 손바닥으로 그를 만지고 싶다는 욕구로 간지럽게 하기에 충분했다. 우리는 찰스턴에 빠르게 도착하는 데 급급하느라, 그리고 한 다즌은 될만한 남자들의 귀에 그 소리를 들리게 하기는 싫었던 나의 어색함 때에 한 동안 사랑을 나누지 못했다. 

따뜻한 산들바람 한 줄기가 나를 스쳐 지나갔고, 내 몸의 모든 작은 털들이 바람에 쭈뼛 곤두섰다. 이제 서두를 것도, 들을 사람도 없었다. 나는 내 둔부의 부드러운 곡선과 허벅지 안쪽의 더 부드러운 피부, 내 심장 박동을 따라 피가 천천히 맥박치는 그 곳으로 한 손을 내려뜨렸다. 나는 손을 컵 모양으로 만들고 다급한 욕구로 인해 부풀어올라 촉촉하게 아픈 느낌을 즐겼다. 

나는 눈을 감고, 가볍게 문지르며 점점 급해지는 느낌을 즐기고 있었다. 

"그런데 도대체 당신은 어디 있는 거야, 제이미 프레이저?" 내가 중얼거렸다. 

"여기," 허스키한 대답이 돌아왔다. 

깜짝 놀라, 내 눈이 크게 떠졌다. 그는 6피트 떨어진 개울에 허벅지 깊이로 서있었고, 그의 성기는 그의 몸의 창백한 밝음과 대비되게 뻣뻣하고 진한 색이었다. 그의 머리는 어깨 위로 헐렁하게 풀려있어 얼굴을 뼈처럼 하얗게 보이게 했고, 눈은 늑대개의 그것처럼 깜박거리지 않고 강렬했다. 완전한 야생, 완전한 정적. 

이내 그가 몸을 움직여 내게 다가왔다. 여전히 강렬했지만 더 이상 기다릴 필요 없었다. 그가 나를 만졌을 때 그의 허벅지는 물처럼 차가웠지만 몇 초 만에 그는 따뜻해져 점점 뜨거워졌다. 그의 손이 내 피부를 만지자 단번에 땀이 차올랐고 뜨거운 습기의 홍조가 다시 한번 내 젖가슴을 축축하게 해 그의 가슴의 단단함과 대비되어 가슴을 둥글고 매끄럽게 만들었다. 

이내 그의 입이 내 것과 만났고 나는 그에게 - 거의 문자 그대로 - 녹아들었다. 나는 이것이 얼마나 뜨거운지 혹은 내 피부에 닿는 축축함이 내 땀인지 그의 것인지조차 신겨읐지 않았다. 벌레들의 구름도 중요치 않게 느껴졌다. 나는 엉덩이를 치켜올렸고, 그는 매끄럽고 견고하게, 미끄러지듯 들어왔다. 그에게 남은 마지막 희미한 차가움이 내 열기에 사라졌다. 마치 검의 차가운 금속이 뜨거운 피의 갈증을 풀듯이. 

내 손이 그의 등 곡선에 자리잡은 습기를 미끄러지듯 스쳤고, 내 가슴이 그의 가슴에 부딪혀 흔들리며 둔부와 허벅지의 마찰에 오일을 붙듯 물이 뚝뚝 떨어졌다. 

"당신 입술은 당신 성기처럼 매끄럽고 소금 맛이 나요," 그가 중얼거렸고, 그의 혀가 빠져나와 내 얼굴의 작은 소금 방울들을 맛보며 관자놀이와 눈꺼풀에 나비 날개처럼 내려앉았다. 

나는 몸 아래의 단단한 돌을 거의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낮의 저장된 열기가 솟아올라 나를 뚫고, 거친 표면이 내 등과 둔부를 긁었지만 신경쓰지 않았다. 

"기다릴 수가 없어요," 그가 숨도 쉬지 못하고 내 귓가에 대고 말했다. 

"그러지 마요," 내가 말했고, 내 다리를 그의 엉덩이 주변으로 타이트하게 감쌌다. 결합의 짧은 광기를 담고 살결이 살결에 본드처럼 붙었다. "열정으로 사람이 녹는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는데," 내가 살짝 숨을 헐떡거리며 말했다. "이건 정말 말도 안돼요." 

그가 내 가슴에서 고개를 들자 뺨이 떨어지며 희미하게 끈적한 소리가 났다. 그는 웃으며 옆으로 살짝 미끄러졌다. 

"세상에, 여기 덥네요!" 그가 말했다. 그는 이마에서 땀으로 젖은 머리를 젖히며 숨을 내뱉었다. 가슴은 여전히 헐떡거리고 있었다. "여기 사람들은 항상 이렇게 그걸 하는 걸까요?" 

"우리가 방금 한 것과 같은 방식으로요," 내가 지적했다. 나도 힘들게 숨을 쉬고 있었다.

"그럴 순 없을걸요," 그가 확신을 담고 말했다. "매 순간 그럴 수는 없어요; 그럼 죽을거에요."

"글쎄요, 그럼 아마 그것보다 느리게 하겠죠," 내가 말했다. "아님 물 안에서 하거나. 아님 가을까지 기다리거나."

"가을이요?" 그가 말했다. "어쩌면 나는 남쪽에서 살지 못할 것 같아요. 보스턴은 덥나요?"

"일년 중 이 시기에는요," 내가 그에게 장담했다. "그리고 겨울은 끔찍하게 춥죠. 당신도 금방 열기에 익숙해질거라고 난 확신요. 벌레들도요."

그가 어깨에서 달려드는 모기를 문지르며 내게서 시선을 떼어나 근처의 개울을 보았다. 

"어쩌면요," 그가 말했다. "혹은 어쩌면 아닐 수도요, 하지만 지금은...." 그가 내 주위로 팔을 단단히 두르고 몸을 굴렸다. 구르는 통나무와도 같은 무거운 우아함으로, 우리는 돌로 된 지층 가장자리에서 물속으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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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돌 위에 축축하고 차갑게 누워있었고, 간간히 서로를 만지며 마지막 물 방울들이 피부에서 증발하고 있었다. 개울 너머에선 버드나무들이 물 속에 잎을 떨어뜨렸고, 산 꼭대기들은 지는 달에 검게 중첩되었다. 버드나무 너머는 1에이커 그리고 1마일의 처녀림이 펼쳐져 있었고, 현재로서 문명은 대륙의 가장자리에 걸쳐진 발판에 지나지 않았다. 

제이미가 내 시선의 방향을 보고 내 생각을 짐작했다. 

"당신이 마지막으로 알고 있던 것과는 아주 많이 다르겠죠?" 그가 잎이 늘어진 어둠을 가리키며 말했다. 

"오, 조금은요." 나는 그의 손 위에 내 손을 얹었고, 내 엄지가 한가롭게 그의 크고 보기 좋은 손가락 관절들을 어루만졌다. "그때엔 길들이 생겨요. 자갈지지도 않고, 단단하고 매끄러운 무언가로 덮인 길이죠 - 그 무언가는 사실 맥아담이라는 이름의 스코트 사람이 개발하구요."

그가 기쁨에 살짝 신음했다. 

"그럼 아메리카에도 스코트들이 있다는 거군요? 그거 좋네요." 

나는 그의 말을 무시하고 일렁이는 그림자 속을 바라보며 마치 그곳에서 언제가 솟아날 사람으로 북적거리는 도시를 볼 수 있다는 듯이 말을 이어갔다.

"그때엔 미국에 아주 많은 수의 사람이 있게 돼요. 모든 땅은, 여기서부터 저기 먼 캘리포니아라 불리는 서쪽 해안까지 사람들이 정착하게 되죠. 하지만 지금으로선-" 나는 열기와 축축한 공기에도 불구하고 살짝 몸을 떨었다 - "이 곳은 3000마일의 야생에 불과해요. 아직은 저기 아무 것도 없어요."

"Aye,글쎄, 수천의 피에 목마른 야만인들을 제외하고는 아무 것도 없는 거겠죠," 그가 현실적으로 말했다. "그리고 그 기이하게 야만스러운 짐승들도요, 확실하게."

"네, 맞아요," 내가 동의했다. "그들은 그렇죠." 그 생각은 정리되지 않은 류의 것이었다; 나도 당연히 알고 있었다. 정확하지 않은 학술적인 종류의 것으로, 저 숲들은 인디언, 곰, 그리고 다른 숲 거주민들이 거주하고 있었지만, 그 일반적인 개념은 갑자기 어떤 일정하고 가장 정확한 생각으로 대체되어졌다 - 어쩌면 우리가 쉽게 - 그리고 예상치 못하게 - 그런 거주민들 중 하나를 면대면으로 만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나요? 야생의 인디언들에게?" 제이미가 내가 그랬듯이 움직이는 그림자 속에서 미래를 그려보고자 하는 것처럼 어둠 속을 들여다보며 호기심어린 목소리로 물었다. "그들은 패배하고 뒤로 물러나게 되나요?"

또 다른 작은 떨림이 나를 관통했고, 내 발가락은 말려들었다. 

"네, 그들은요," 내가 말했다. "아주 많은 수의 사람들이 죽임을 당하죠. 많은 수의 사람들이 죄수가 되어 감금당하고요."

"흠, 그거 좋네요."

"그건 상당히 당신의 관점에 달린 문제에요," 내가 보다 딱딱하게 말했다. "인디언들도 그렇게 생각할 것 같지 않으니까요."

"내가 감히 말하건데," 그가 말했다. "하지만 피에 물든 악마 최선을 다해 내 머리통을 잘라내려고 할 때에, 그의 관점을 크게 걱정하고 싶지는 않군요, 새서내크."

"흠, 당신이야말로 그들을 비난할 순 없어요," 내가 항의했다. 

"난 대단히 확실하게 그래요," 그가 내게 장담했다. "만약 짐승들 중 한 명이 당신 머릿가죽을 벗겨내면, 난 그를 아주 많이 비난할 거니까요."

"아...흠," 내가 말했다. 나는 목을 비우고 다른 비수를 준비했다. "글쎄요, 만약 한 무리의 이방인들이 주변에 와서 당신을 죽이려고 하면서 항상 살아온 땅에서 당신을 쫓으려고 한다면요?" 

"그들은 그렇게 했어요," 그가 정말로 아주 아주 건조하게 말했다. "만약 그들이 그러지 않았다면, 난 여전히 스코틀랜드에 있었을 거에요, 그렇죠?"

"음..." 내가 허둥대며 말했다. "만약 내가 하려던 말은 - 당신도 그런 상황에서는 싸웠을 거에요, 그렇지 않나요?" 

그는 깊게 숨을 들이키며 코로 강하게 숨을 내뿜었다. 

"만약 영국군 군대가 내 집에 와서 나를 걱정시키려고 한다면," 그가 간결하게 말했다, "나는 분명 싸우겠죠. 그를 죽이는데 일말의 주저함도 없을 거고요. 나는 그의 머리를 잘라내고 그걸 두른 다음에 그의 사적인 부분을 먹으려고 들지도 않을 거고요. 난 야만인이 아니에요, 새서내크."

"당신이 그럴 거라는 말은 안했어요," 내가 항의했다. "내가 말한 건 전부-"

"게다가," 그가 거침없는 논리함으로 덧붙였다, "나는 그 어떤 인디언도 죽이려고 하지 않았어요. 그들이 그렇게 행동한다면, 나도 조금도 그들을 걱정하지 않을 거에요."

"그들도 그걸 알게 된다면 아주 안심할 거라고 확신해요," 내가 항변을 포기하며 중얼거렸다. 

우리는 돌의 움푹 꺼진 부분에 몸을 포갠 채 함께 누워, 땀으로 살짝 빛을 내며 별들을 보고 있었다. 나는 충격적으로 행복하면서도 살짝 걱정이 되는 기분을 한번에 느꼈다. 이렇게 굉장한 행복이 계속해서 지속될 수 있을까? 한때 나는 "영원"이 우리에게 당연히 주어진 것이라고 어렸지만 그때 나는 어렸었다. 

곧, 신께서 허락하신다면, 우리는 정착할 수 있을 것이다; 집과 삶의 터전으로 만들 장소를 찾는 것이다. 나는 더 이상 무엇도 원하지 않았지만 동시에 걱정하고 있었다. 나의 귀환 이후로 우리는 서로를 단지 몇 달 동안만 알고 있었다. 각각의 접촉과 매 순간의 말들이 재발견과 함께 기억으로 더해졌고 새로웠다. 우리가 완전히 서로에게 익숙해지고, 일상적인 일들의 루틴 속에서 하루하루를 산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나한테 지루해질 거라고 생각해요?" 그가 중얼거렸다. "우리가 정착하고 난다면?" 

"나도 당신과 바로 그 똑같은 걸 궁금해하고 있었어요."

"아뇨," 그가 말했고, 나는 그의 목소리에 깃든 웃음을 느낄 수 있었다. "난 그러지 않을 거에요, 새서내크."

"그걸 어떻게 알아요?" 내가 물었다. 

"난 그러지 않아요," 그가 지적했다. "전에. 우리는 결혼해서 3년을 살았지만 나는 마지막날도 첫날 만큼이나 당신을 원했어요. 어쩌면 그보다 더요," 그가 생각에 잠겨 부드럽게 덧붙였다. 나도 그 마지막 시간을 떠올리고 있었다. 그가 나를 원석을 통해 돌려보내기 전 우리가 마지막으로 사랑을 나누었던 그 때를. 

나는 몸을 숙이고 그에게 키스했다. 그에게서는 깨끗하고 상쾌한 맛이 났고, 희미하게 섹스의 자극으로 인한 향이 났다. 

"나도 그래요." 

"그럼 그런 문제로 당신을 괴롭히지 말아요, 새서내크, 나도 그럴 거에요." 그가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이마에서 축축한 곱슬머리를 문질러 떼어냈다. "난 당신을 내 평생 알 수 있어요, 그리고 항상 당신을 사랑할 거에요. 그리고 가끔씩 당신과 잘때면, 당신은 여전히 가끔씩 나를 놀래킨 다구요, 오늘밤 당신이 그랬던 것처럼." 

"내가 그런다구요? 왜요, 내가 뭘 했는데요?" 내가 스스로에게 놀라 그를 내려다보았다. 

"오...글쎄요. 내 말은...그건-"

그는 갑자기 부끄러운 듯 말했고, 그의 몸에는 익숙하지 않은 뻣뻣함이 깃들었다.

"음?" 내가 그의 귀끝에 키스했다.

"아...내가 당신에게 왔을 때... 당신이 뭘 하고 있었냐... 내말은 - 당신 내가 생각한 그걸 하고 있었나요?" 

나는 어둠 속에서 그의 어깨에 대고 미소지었다. 

"그건 당신이 뭘 생각하고 있었는지에 따라 달라지겠죠, 그렇지 않아요?" 

그는 한쪽 팔꿈치를 들어올렸고, 그의 피부가 작게 끈적거리는 소리와 함께 내 피부와 맞닿았다. 그가 붙어 있었던 축축한 지점이 갑자기 차가웠다. 그는 옆으로 굴러 누워 나를 향해 활짝 웃었다. 

"당신 내가 뭘 생각하는지 아주 잘 알고 있잖아요, 새서내크."

나는 새로 나는 수염으로 그림자가 생긴 그의 뺨을 만졌다. 

"그래요. 그리고 당신도 내가 그때 뭘 하고 있었는지 완벽하게 알텐데요, 그런 걸 왜 물어보는 거에요?" 

"음, 난- 여자도 그걸 하는 지 몰랐어요, 그게 다에요." 

달빛이 충분히 밝아서 내가 그의 반쯤 치켜올라간 눈썹을 보기에 충분했다. 

"글쎄요, 남자들은 하잖아요," 내가 지적했다. "혹은 적어도 당신은 하잖아요. 당신이 내게 말하길 - 당신이 감옥에 있었을 때, 당신도-"

"그건 다르죠!" 나는 그가 무어라 말하기로 결심하며 애쓰면서도 입꼬리가 올라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난 - 말하자면, 그때는 그 어떤 도움도 없었다구요. 무엇보다, 나는 그럴 수가 없었-"

"그걸 다른 때에는 한 적이 없단 말이에요?"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내 축축한 머리를 넘기며 어깨 너머 옆눈길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달빛에 홍조는 보이지 않았지만 나는 그가 핑크색이 되었으리라고 생각했다. 

"아, 음," 그가 중얼거렸다. "했죠, 그래요." 새로운 생각이 그를 관통했고 그의 눈이 나를 바라보며 커졌다. 

"당신도- 그걸 전에도 했던 거에요 - 자주?" 마지막 말은 꺽꺽거림으로 나타나서, 그는 말을 멈추고 목을 비울 수 밖에 없었다. 

"내 생각에 그건 당신이 어떤 뜻으로 '자주' 라고 했는지에 달려있을 것 같네요," 내가 내 어조에 약간의 신랄함이 끼어들도록 허용하며 말했다. "당신도 알겠지만, 난 2년동안 과부였다구요."

그는 입술 위로 한 손 마디를 문지르며 흥미롭게 나를 보았다. 

"아, 그건 그렇죠. 그저 - 글쎼, 난 여자들도 그런 일을 한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어요." 자라나는 매혹이 그의 놀람을 이겼다. "당신 혼자 - 끝낼 수 있어요? 내 말은 남자 없이요?" 

그 말은 나를 소리내어 웃게 했고, 작은 잔향이 우리 주변의 나무에서 나면서 개울을 따라 메아리쳤다. 

"네, 하지만 남자가 있으면 훨씬 더 좋아요," 내가 그를 안심시켰다. 나는 손을 뻗어 그의 가슴을 만졌다. 그의 가슴과 어깨 위로 닭살이 솟아 오르는 것을 볼 수 있었고 내가 한쪽 젖꼭지를 따라 둥글게 손끝으로 부드러운 원을 그리자, 그는 살짝 몸을 떨었다. 

"훨씬요," 내가 작게 말했다. 

"오," 그가 행복한 목소리로 말했다. "음, 그거 좋네요, aye?" 

그는 뜨거웠고 -  뜨거운 공기보다도 더 뜨거웠다 - 내가 바로 느낀 본능은 뒤로 물러서는 것이었으나 나는 그 본능에 따르지 않았다. 그의 손이 내 피부에 머무르자 바로 땀이 솟아났고, 땀 방울이 목을 타고 흘렀다. 

"나는 전에는 이것처럼 당신과 사랑을 나눈 적이 없었어요," 그가 말했다. "마치 장어처럼요, aye? 당신 몸이 내 손을 타고 미끄러지고 마치 해초처럼 미끄러워져서." 양손이 천천히 내 등을 타고 느리게 내려왔고, 그의 엄지가 내 척추의 완곡을 누르며 내 목 아래쪽의 작은 털들이 기쁨으로 솟아오르게 했다. 

"음. 그건 왜냐하면 돼지처럼 땀을 흘리기에는 스코틀랜드가 너무 춥기 때문이에요," 내가 말했다. "그 점에 대해서 말인데, 돼지들도 땀을 흘리나요? 나는 항상 궁금했어요."

"내가 답할 수 없는 질문이네요; 나도 돼지와 섹스를 해본 적은 없어서요." 그의 머리가 아래로 내려가고 혀가 내 가슴과 만났다. "하지만 당신에게선 살짝 송어의 맛이 나요, 새서내크." 

"나한테서 어떤 맛이 난다구요?"

"신선하고 달콤하면서 약간의 소금기가 있는," 그가 잠시 고개를 들어올리고 설명했다. 그는 고개를 다시 아래로 내리고 아래에서 하던 일로 돌아갔다. 

"그거 간지러워요," 내가 그의 혀 아래서 몸을 떨지만 달아날 시도는 하지 않으며 말했다. 

"음, 그러라고 한 거에요," 그가 젖은 얼굴을 들어 다시 하던 일로 돌아가기 전 잠시 숨을 쉬며 대답했다. "당신이 나 없이 완전히 갈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고 싶지 않거든요."

"그럴 수 없어요," 내가 그를 달랬다. "오!" 

"아?" 질문이 돌아왔다. 나는 돌 위에 등을 대고 누웠고 머리 위로 별들이 어지럽게 돌아가는 동안 등은 아파왔다. 

"난 '오' 라고 말했어요," 내가 희미하게 말했다. 그리고 한참동안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가 헐떡거리며 누워 내 치골뼈 위로 가볍게 뺨을 올리고 쉴 때 까지. 나는 손을 아래로 내려 땀으로 젖은 머리를 그의 얼굴에서 어루만졌고, 그는 고개를 돌려 내 손바닥에 키스했다. 

"이브가 된 기분이에요," 내가 그의 뒤에 숲의 어둠 위로 달이 선 것을 바라보며 작게 말했다. "이브의 정원 가장자리에 선." 

내 배꼽 부근에서 작은 웃음의 콧방귀가 들려왔다.

"음, 그럼 난 아담이겠군요," 제이미가 말했다. "천국으로 가는 복도에 있는." 그는 고개를 돌려 내 배 경사에 뺨을 얹고 미지의 광활한 강을 아쉬운 듯이 바라보았다. "내가 알고 싶은 건 그럼 난 들어가고 있는 건가요, 나오고 있는 건가요?"

나는 웃어 그를 깜짝 놀라게 했다. 나는 그의 양쪽 귀를 잡고 그가 내 벗은 살결의 젖은 부분을 따라 부드럽게 올라오도록 했다. 

"안에 있는 거죠," 내가 말했다. "무엇보다 나는 그런 The Fiery Sword날카로운 검을 지닌 천사는 본 적이 없어요."

그는 다시 내게 몸을 낮췄는데 그의 살결이 열로 뜨거워져 있어 나는 그의 아래서 몸을 떨었다. 

"아니라구요?" 그가 중얼거렸다. "음, 그건 당신이 그렇게 가까이서 본 적이 없어서 일거에요, 내 생각에."

이내 날카로운 칼이 의식에서 나를 분리해냈고 내 몸에 불을 붙였다. 우리는 여름밤의 별처럼 빛을 내며 함께 불붙은 다음, 다시 불에 타서 팔다리가 없는 것처럼 가라앉았고, 재는 따뜻한 소금의 원시 바다 속에 용해되었고, 태고의 삶의 진동과 함께 흔들렸다.